용면 입구 장찬교 옆에 사람들 발길을 잡는 간판이 하나 보인다. 쉽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알록달록 쓰여진 문구는 그 내용도 특이하다.
"재활용품입니다. 구경하시고 필요하신 분은 가져 가십시요(무료)" 세상 어느 것하나 '그냥'이 없는 세상에 "구경하고 필요한 것은 무료로 가져가라"니 잘 못 본 것 아닌가하고 다시 한번 보게된다.
허술해 보였는데 속을 들여다 보니 겉과는 영 딴판이다. 여성용 롱코트며 남성양복에 사기그릇, 유리컵 등등등 없는게 없다.

"여기다 내 놓은 물건이 벌써 세번째 채워놓은 물건이라우" 재활용품을 내놓은 주인공은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쇳도막은 내놓기가 무섭게 사라져 버려 어찌나 빠른지... 놋그릇도 싹 줘버렸고 유리잔도 한 300개는 가져갔을거요"라며 그동안의 전적(?)을 풀어놓는 주인공은 "넥타이도 한 300개 내놨는데 100개도 안남았고 아따! 방석은 내놓는대로 가져가, 책도 10박스는 내놨는데 서점에서 가져갔어"

이 '재활용품 무료배부처'의 주인공은 검붉고 윤기나는에 얼굴에 짧은 백발이 어색한 청년같은 기백이었다.
"외지 사람들이 와서 한꺼번에 달라는 사람도 있었고 또 해외 난민들을 위해 보낼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래도 내가 사는 여기에 다시 환원해야지"
이 재활용품들은 '언젠가는 사회에 다시 환원하겠다'며 젊은시절부터 모아온 물건들로 "윤기나는 새 제품은 아니지만 못 쓸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우리 담양을 위해 주고 싶어 특히 내가 사는 용면에... 허드레로 쓰더라도 말이야 그래서 장소도 용면입구에 나뒀지"

창고에 가보니 아직도 쓸만한 장농이며 옷가지 이불 등이 많았다.
"내가 못 쓸 것은 다 버렸어, 잘 못 주면 주고도 욕먹잖아 그래서 싹 정리해서 나뒀지"
한사코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주인공은 당부를 거듭한다. "내가 내 자랑할려고 하는 것 아니니까...'용면 장찬교 옆에 가면 재활용품이 많으니 많이들 와서 가져가세요'라고만 해줘"
'재활용품 무료배부처' 주인공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손사래 치며 그말 뿐이다.
하지만 그의 뒷모습에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고 모아 온 정성이 더 또렸하다.

/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