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석 의원이 민주당 탈당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중도개혁통합 준비모임’에 참석해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이 우선 탈당한 후 열리우리당 이탈세력과 함께 중도세력 통합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 중심의 중도세력 규합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기존 입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당초 김 의원은 ‘중도모임’의 존재를 공식화하면서 ‘민주당 중심론’을 힘주어 강조했었다.
지난달 24일 <여의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궁극적으로 민주당으로의 통합을 전제로 중도세력을 모아가고 있다”며 “굳이 개별의원들이 탈당을 하지 않는 선에서도 공동움직임은 보일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그렇다면 김 의원이 왜 이 시점에서 탈당카드를 꺼내 든 것일까?

첫째는 현재 ‘중도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모임이 정치세력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김 의원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현재 ‘중도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재선의원들은 당 사수와 당 개조 그리고 통합신당창당 등의 세력들로부터 꾸준히 ‘영입제의’를 받고 있는 인사들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지금은 열린우리당의 긴박한 상황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한시 바삐 본인들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의 ‘당적을 유지하면서 중도통합 논의를 진행하자’는 여유 있는 제안은 이들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김 의원이 중도개혁 성향의 정치세력을 만드는 ‘거사’를 실제로 도모할 것인지 아니면 말잔치로만 끝낼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의 경우 적당한 선에서 ‘중도통합’ 논의를 그만 두더라도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으면 다음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만 배수진을 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은 “‘중도모임’이 의원들이 모여서 현안

을 논의하거나 토론하는 정도의 성격은 아니지 않느냐?”며 “정치세력 예비모임에서는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신뢰를 심어줄 만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우리가 탈당이라는 비상한 결심을 할 테니, 민주당 의원들도 그에 상응하는 결심을 보여 달라’는 요구다.

김 의원이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해 ‘탈당발언’을 ‘중도모임’에서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둘째는 다시 살아나고 있는 민주당 내의 ‘독자생존론’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장상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기자실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3월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정치권 인사들은 장 대표를 지지할 대의원들을 한화갑 전 대표가 모아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자생존론’도 자연스럽게 다시 부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 내놓고 있다.

김 의원은 ‘독자생존론’에 기대 민주당이 다시 지역정당으로 후퇴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독자생존론’으로는 집권 가능한 · 경쟁력 있는 정당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김 의원의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 ‘탈당’발언을 통해 ‘독자생존론 반대’라는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밝힌 것이다.

그럼 김 의원은 실제로 탈당을 할까?
김 의원은 “여러 가지 방편 중 고려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제시한 것 뿐”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장 상 대표 역시 지난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김 의원은 절대로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김 의원이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으냐에 달려 있다. 김 의원이 국회의원직 자체에 욕심을 부린다면 김 의원은 탈당하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

현 구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민주당은 다음 총선에서(호남) 최소한 약 20석 이상을 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려운 시절 당의 원내대표를 지냈으니 공천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고 지역에서도 민주당 이점과 함께 재선의원의 인지도가 크게 작용해 무난히 국회에 재입성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김 의원이 ‘비중 있는 국회의원(정치인)’을 욕심내고 있다면 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집권이 가능한 정당이라야 ‘큰물에서 크게’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이번 ‘탈당’발언을 통해 ‘중도모임’ 참여의원들을 얼마나 안심시키고 당내 ‘독자생존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김 의원은 일단 '탈당'이라는 칼을 뽑았 들었다. 정치권에서 ‘탈당’이라는 말은 꺼내는 것은 물론 주워 담기도 무척 어려운 표현이다. 김 의원이 이 발언을 어떻게 정리할지 주목된다.

/여의도통신=유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