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해 지역에 제대로 된 민생정치를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 울려 퍼졌다.
‘정당공천폐지 여 · 야 국회의원 모임(110인)’은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천제 폐지를 위한 토론회를 갖고 열린우리당 이시종 의원(충북 충주 · 초선)이 초안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정당법 개정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공천제폐지 국회의원 모임’의 대표법안인 이 의원의 법안은 △ 정당공천제 폐지 △ 의원소선거구제 도입 △ 의원 여성전용선거구제 도입을 뼈대로 하고 있다.
먼저 법안에는 현행 정당공천제의 근거가 되고 있는 공직선거법 3개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후보자는 정당에 가입하는 것 자체를 금지했으며 당선된 후에도 임기 중에는 정당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현행 중선거구제를 폐지하고 소선거구제를 부활시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투표용지에 표시되는 후보자의 이름순서는(기호) 추첨을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발제를 맡은 임승빈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지방선거는 공천제 도입으로 지역의 생활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는 사라지고 구호만 난무한 중앙선거만 남았다”고 혹평하고 “오죽 하면 고인(故人)이 당선되는 정치후진국에서도 나올까 말까한 해외토픽 감 상황이 생겼겠느냐”고 개탄했다.
또한 임 위원장은 지난 선거에서 나타난 △ 가짜 당원을 통한 민의의 왜곡 △ 중대선거구제가 무색해진 선거구 획정 △ 지방선거가 아닌 중앙선거의 대리전 △ 헛공약을 남발해도 당선되는 선거 양상 등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정당공천제 폐지를 적극 주장했다.
이어 토론자들 역시 정당공천제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먼저 이한규 전국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 전문위원은 “정당공천제 실시로 지역정치를 파행으로 몰은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주용학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수석전문위원은 “섬세하게 살펴보면 지역의 살림을 맡는다는 것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을 하는 쪽에 가깝다”고 진단하며 “이웃간의 따뜻한 정으로 얽혀있는 지역이 정치과잉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관희 경찰대학 교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70~80%가 공천제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 이번 공천제 폐지 법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 한나라당 역시 대선에서 ‘천심’을 얻고 싶다면 당장 눈앞의 지방의원 숫자에 현혹되지 말고 민의를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참석자들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공천제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잠만 잘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영기 중앙일보 정치부장대우는 “지금 서명에 참여한 국회의원이 개헌저지선 수준인 110명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법안개정을 힘 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선의는 가지고 있지만 의지는 느슨한 110명의 국회의원이 내 밥그릇을 못 놓겠다고 하는 악착같은 180여명의 국회의원을 상대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며 “‘제왕적 국회의원’의 지위를 스스로 버리겠다는 국회의원 전체의 의식변화 또는 국회의원의 독점적 지위를 해체시키겠다는 국민적 저항이 전제되기 전에는 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연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은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현재 비례대표 공천할당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여성의 지역정계 진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이유로 참석한 전문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공천제 폐지에 반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약 300여명의 지방의회 의원들이 참석해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 /여의도통신=유광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