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문제는 어렵다. 분야도 광범위 하고 용어들도 그렇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언론을 접하는 국민들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협상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이 또한 FTA 특위에서 일부 공개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FTA는 17대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게 된다. 국회의원들은 찬반 투표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국가중대사이자 사회적인 논란이 치열한 FTA 문제에 대해서 개인적인 소신이나 정치적 입장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찬성과 반대의 버튼을 누르는 이들의 손에 국민의 삶이, 미래 우리 사회의 모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여의도통신>은 모니터 의원들을 대상으로 FTA에 대해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와 3,4차 협상에서 쟁점사안이 될 것을 추려 △미국이 우리 약값적정화 방안(포지티브시스템) 전격수용 △정부가 제시한 쌀 관련 관세철폐 유예기간 △FTA와 WTO의 차이점 △미국의 금융시장 개방요구 △국회에 계류 중인 통상절차법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자의 정부제소권 등의 6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정장선ㆍ이용희ㆍ우제항(이상 열린우리당), 김광원ㆍ장윤석(이상 한나라당), 김효석ㆍ이낙연(이상 민주당), 정진석(국민중심당) 의원이 응했다.
김효석, 정진석, 김광원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6개의 질문에 거의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김효석 의원은 모든 질문에 답변과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FTA 문제에 있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제항, 장윤석, 이낙연 의원은 아직까지 파악을 못했다며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장윤석 의원은 "소상히 검토하지 못해서 당장 질문에 답변하기가 힘들다. 또 상임위인 문화관광위 관련 문제들만 파악한 상태이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낙연 의원은 "일본방문 일정으로 아직 파악하지 못한 사안도 있고, 당론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답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특히 우제항 의원은 "FTA는 본질적으로 충분히 신중하게 협상해야 할 사안이다. 내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국회의원 개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잊어버린 듯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정보부족과 시스템에 의한 문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은 "FTA 문제를 모르는 것이 꼭 우리 국회의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협상 과정에 국회의원이 개입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나. 미국은 협상과정에 있어 의회가 100% 보고받고 검토하는 시스템이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각 의원의 답변을 질문별로 요약한 것이다.
1. 미국이 우리 약값 적정화 방안(포지티브시스템)을 전격 수용했다. 기존에 반대하던 것과는 달리 입장을 바꾼 것을 두고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김광원] 협상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속마음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아마 양쪽 다 그럴 것이다. 처음부터 전부 노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진행 과정동안 자기 쪽에 돌아올 이익과 손해를 다 따져서 조율해야 하는데, 우리 측은 처음부터 개성공단이라는 약점을 노출시켜서 전략의 미숙함을 많이 보였다.
[김효석]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 정부가 약제비 산정과정에 다국적 기업의 참여를 허용해주는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양보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들을 오는 임시국회에서 정부당국자에게 직접 물어보겠다. 포지티브 방식으로의 전환은 전 세계적인 대세인 것으로 생각한다.
[정진석] 협상의 쟁점이 되고 있는 약제비 관련 문제는 전문가가 아니라 모르겠다. 어느 정도 협상이 진전 됐고, 어떤 내용들이 오고 가는 지 제대로 된 자료가 보도되지도 않았다.
[정장선] 포괄적인 부분에서 질의가 된다면 답변할 수 있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잘 모르겠다. 작전통수권 환수 때문에 어수선해서 FTA에 대해 공부를 잘 못했다.
[이용희] 아무래도 네가티브보다는 포지티브가 낫지 않겠냐는 판단이다.
2. 우리정부가 이번 3차 협상에 대비해 보수적인 양허안을 미국과 교환했다. 특히 쌀 관련 관세철폐 단계는 적절하다고 판단하는가
[김광원] FTA가 워낙 품목 수도 많고 복잡해서 소상히는 잘 모르지만, 우리 측이 쌀에 대해서는 양보를 많이 안 할 것이라는 예상을 미국도 처음부터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초장에 우리 약점을 드러내면서 혹시나 축산, 스크린쿼터, 배기가스 등 다른 부문에 손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
[김효석] 쌀 시장 개방문제가 그렇게 큰 쟁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는 이미 DDA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문제가 정리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미국은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해 많이 양보하는 척 하면서 다른 분야에서 우리 정부의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정진석] 검토가 깊이 안 된 상태라 확인이 필요하지만, 대 원칙은 농업의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협상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농민 측을 대변하는 입장으로서 농업부문은 협상의 카드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정부도 농업은 지키겠다고 하지만 솔직히 믿을 수는 없다.
[정장선] 세세한 건 모른다.
[이용희] 쌀 개방문제는 일정부문 시간을 벌어놓은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제대로 우리농업 기반을 살려놓지 못한 우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3. 우리나라는 이미 WTO 체제에 편입돼 있다. 정부는 왜 FTA 협상을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나
[김광원] WTO는 다자간 협상이라 각국의 이해에 맞춰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기는 참 어렵다. 양국 간의 협의로 조율하는 것은 뻔한 것 아닌가.
[김효석] 우리나라가 이미 WTO 체제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다자간 협상으로는 자유무역을 활성화 하는데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 양자간 협상인 한미 FTA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정진석] 다자 협상에서 양자 협상으로 가는 것이다. 내년 7월 이전에 도장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쫒겨 우리 정부가 과연 심사숙고를 하는 지도 의문이다. 한미 FTA는 물론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있겠지만 동시에 우려되는 부분도 만만치 않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
[정장선] WTO는 일반적인 세계 무역 규범이고 FTA는 양자간 무역규정 아닌가. FTA는 양 국가가 무역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개별적으로 관세인하를 해나가는 과정이다.
4. 미국은 금융시장까지도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요구한 보험중개업, 자산운용법의 국경간 개방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광원] 금융 뿐 아니라 교육, 농공업 전부 다 도마에 올라와있다. 경제통합, 금융통합을 하자는 것 아니냐. 미국은 한국 시장에 대한 정밀 조사를 했다. 그런데 우리는 ‘개방만이 살길이다’며 잘 모르고 덤비고 있다. 협상단 대표도 각 부처의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게 우리 현실이다. 개뿔도 모르는 것들이 영어한다고 ‘오케이 오케이’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 다 데리고 가고, 취약품목 프로그램도 따로 마련하고 접근해야 한다.
[김효석] 현재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금융시장 개방요구는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다. 현재 우리 금융시장은 개방에 익숙해 있다. 세부적인 몇 가지만 준비한다면 금융개방 문제는 크게 어려움 없이 조정 및 타결이 가능할 것이다.
[정진석] 금융시장 개방에 있어서는 당장 피해가 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정장선] 모르겠다.
5. 현재 국회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대표발의 한 통상절차법이 계류 중에 있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실효성이 있을까
[김광원] 그거는 하는 게 맞다. 국회가 침묵하는 이유는, 협상 진행 상황이 보고 되지 않고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위에서 일부 공개되지 않느냐?) 열람만 되고 복사가 안 되는데 무슨 소용인가. 국회의원들이 농업, 외교 분야 전문가도 아닌데.
[김효석]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손을 봐야할 부분도 있지만 대외협상에 대한 국회의 관여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고 생각한다.
[정장선] FTA 관련해 대안으로 제시된 여러 법 가운데 하나라고 알고 있다.
[이용희]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6. 투자자의 정부제소권을 인정하라는 미국의 주장이 너무 과한 것은 아닌가
[김광원] 자신 있게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어쨌든 FTA협상은 일단 서두르지 말아야 하고, 힘 없는 현 정권에서 처리하려하지 말고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 난 대통령 자신도 잘 모르고 있다고 확신한다.
[정진석] 이런 질문들을 국회의원 개개인에 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협상 과정에 국회의원이 개입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던가? 미국은 협상과정에 있어 의회가 100% 보고받고 검토하는 시스템이다. 최근에 하도 얘기가 많이 나오니까 FTA특위에서 조금 하는 거, 그것도 수박 겉핥기나 마찬가지다. 언제 정부가 국회에 소상히 보고한 적이라도 있나?
그렇다고 국회의원이 신문만 읽어서 입장을 결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지 않은가. 종합적 판단·예측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따라 붙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모른다. 언젠가 한번 협상 내용을 보려고 찾아본 적이 있는데 한국어 번역문도 없더라. 이런 미비한 시스템 하에서 결과만 가지고 찬반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적어도 협상과정에 있어서 우리나라 시스템은 국회의원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 정부의 자세가 중요할 뿐이다.
[정장선] 잘 모르겠다. FTA가 예민한 문제다보니 공부안하고 답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의원들 대부분이 세세한 부분까지는 잘 모를 것이다. 일부 진행과정이나 포괄적 과정에만 관심이 있지 세세한 부분까지는 FTA 특위 의원 아니면 관심 가지지 못할 거다. 답변 못해 죄송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