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국회 FTA 특위의 첫 상견례가 예정된 31일 오전 9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 특위 구성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범국본은 최소 60명 이상의 인원으로 현 국회의원의 임기까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상 단계마다 정부의 협상안 작성에 개입해 결과를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각계각층의 국민들로 구성된 공식적인 자문위원회와 전문위원회와 소통해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정보도 명문화해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물론이다.
박석운 범국본 집행위원장은 "현 특위 구성이 협상의 거수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재구성을 주장했다. "20명 이내로 구성된 국회 특위가 18개 분야의 협상내용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며 "특위위원 상당수가 찬성론자로 협상에 대한 철저한 검증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특위의 활동기한을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Trade Promotion Authority) 기한인 2007년 6월에 맞춘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 전체의 미래가 걸린 협상을 아무 준비없이 시작해 1년 4개월 안에 끝내겠다는 정부와 이에 동조하고 있는 국회의 무모함은 경악할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위 구성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업계와 이해당사자,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없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관련협상 정보 공개 관련 조항이 없으며 ▲특위가 협상 단계마다 수정과 검증, 재협상을 요구할 권한이나 정부에게 협상 일정과 수준을 조절하게 할 권한이 있는지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오종렬 전국민중연대 대표는 우리 국회의 무계획성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오 대표는 "원정투쟁단으로 미국에 가보니 미국 의회는 상하원을 막론하고 FTA에 관한 전문가가 되어 각 이익집단과 국민들의 의견이 민주적으로 조율되고 논의되고 있었다"며 "지난 4월 11일 주한 미상공회의소 간부들은 워싱턴을 방문해 정부와 각 부처 장관과 심층면담을 통해 이미 의견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당시 김종훈 협상단 대표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멕시코는 수출고가 4배 증가하고 외국인직접투자가 2000억달러에 달했다고 했는데 이는 미국의 초국적 자본과 멕시코 내 몇몇 거대자본의 이익으로 외형적 수치일 뿐이고 멕시코 민중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국회 특위 재구성을 거듭 강조했다. "올해 말 협정문이 확정되면 국회는 사실상 예스(Yes)냐 노(No)냐만 대답할 수 있어 사실상 협정에 국회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간은 6개월밖에 없다"며 "협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국회가 정부가 들이미는 협정문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구성된 특위를 재구성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물음에 이 협동사무처장은 "한나라당도 통과된 사학법 개정하라고 장외투쟁하지 않았냐"며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만큼 얼마든지 재구성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헌법이 정한 국민의 저항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동사무처장은 그러나 저항권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시점이 아니라고 답했다. /송민성 기자
범국본은 지난해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통상협정의체결절차에관한법률안(통상절차법)을 통과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통상절차법은 국무총리 산하 통상위원회와 국회 내 통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통상협정 과정, 사회적 합의를 위한 민간기구의 구성과 참여 등에 관한 규정이다.
통상절차법은 △통상정책 수립 등을 실행하는 국무총리 산하 '통상위원회' 구성 △'통상위원회' 중심의 행정부 내 심의·의결 기구와 방식 규정 △사회적 합의를 위한 민간전문기구의 구성과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 △통상협정 과정의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 규정 △국회 내 '통상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통상절차법이 제정될 경우 정부는 통상조약정책을 수립할 때 기본계획 3년과 실천계획 1년의 계획을 세워 정책이 경제, 산업, 고용, 지역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관련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때 민간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협상은 국회의 의견과 통상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이루어지며 정부는 민간 자문위원회와 당사자들은 물론 국회에 협상 진행 과정 및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정부는 통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조약정책을 맺을 수 있으며 가서명 후 즉시 국회에 동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때 관련법의 제·개정 등 국내 대책 마련, 예산 비용 및 일정과 내용 등을 보고해야 한다.
국회는 정부의 보고가 미진할 경우 자료 보완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조약이 산업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과도하거나 너무 많은 예산이 들 때, 이해 당사자의 이익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때는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같은 절차를 거쳐 국회가 동의를 표하고 나서야 정부는 조약에 서명·비준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정책과 당해 연도의 협상 및 이미 발효된 통상조약, 국회에 보고된 각종 보고서 등을 평가해야 한다. /송민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