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1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한 회도 거르지 않고 1460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7월 6일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김흥식 전 장성 군수가 '주식회사 장성군의 혁신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작은 도움이나마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지역발전 원한다면 평생교육 실천해요"
1995년 공공기관 최초 홈페이지 구축, 주 1회 유명강사를 초청해 공무원과 주민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 '21세기 장성아카데미' 운영, 공무원 조직 사상 최초의 팀제 도입과 관내 공무원 전원 유럽, 미국 배낭여행 추진, 11년 동안 받은 상만 169회에다 105억원에 이르는 상금….
자칭 타칭 '주식회사 장성군 CEO' 김흥식 전 군수의 이름 뒤에 따라 붙는 찬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은 장성군을 "대한민국 10년 지방자치의 최고 성공작"으로 평가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인간개발연구원 양병무 원장의 역저 <주식회사 장성군>을 공무원 필독서로 추천하기도 했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공무원과 주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일이 필요하다. 옛말에도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거니와,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바로 교육이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시작할 때에는 저항과 고난이 따르기 마련이다. 지금은 '21세기 장성아카데미'가 전국적으로 알려져 장성군이 평생교육의 선진모델로 자리잡고 있지만, 출발할 당시만 해도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에는 공무원들도 고정관념 때문인지 회의적이었으며 주민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교육이 좋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다."
김 전 군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라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는 "'21세기 장성아카데미'도 지금까지의 총론 차원의 일반 교육에서 각론 차원의 전문 교육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규모가 크든지 작든지 간에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오케스트라의 합주를 지휘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지휘자는 어느 한 악기에서도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고 해도 그 음악을 이해하고 즐거워하는 청중들의 반응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라는 걸출한 감독과 23명의 태극전사들이 온몸으로 빚어낸 놀라운 4강신화를 목격했다. 그러나 진정한 성과는 12번째 선수인 붉은 악마의 열정적 동참을 통해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였을까. 김 전 군수는 "나에게 지방자치단체장이 갖추어야 할 제일 필요한 덕목을 말하라고 한다면 서슴없이 '통합력'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2002년 월드컵 당시 보여준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어떻게 지방자치와 연결하느냐가 민선 4기 지방자치 발전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과 무조건 좋은 관계만 유지하려고 해선 안된다. 때로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 지방에서는 흔히 '터줏대감'이나 '토호세력'으로 불리는 전체 군민의 1%도 안 되는 소수의 사람들이 다방에 모여 군정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토호세력의 생리를 잘 알고 있던 나는 군수로 취임한 이후부터 어떤 공사 청탁이나 인사 개입도 단호히 거절했다. 이를 위해 저녁이 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일부러 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니까 그때서야 비로소 '장성군에는 옛날과 같은 관행이 안 통한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과거에 장성 사람들은 객지 사람들이 출신지를 물으면 그냥 광주라고 했단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장성이 어느 곳에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장성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신 있게 '홍길동의 고장 장성에 사요'라고 말한단다. 다음은 '주식회사 장성군 CEO' 김흥식이 마지막으로 들려준 '지방자치단체장 4계명'이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장은 항심을 잃지 말고 중심을 세워야 한다. 단체장이 흐트러지면 지역 전체가 흔들리게 되므로 토호세력의 어떤 유혹이나 위세에도 원칙과 소신을 지켜야 한다. 둘째,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방정부의 형편상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중앙정부로 하여금 '반드시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지방자치는 생활자치이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넷째, 지역의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교육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자기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스스로 양성해야 한다." /정지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