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전국농민대회가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각지에서 올라온 약 2만여명의 농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상복을 입고 참석한 농민. / 여의도통신=김진석 기자
"묻지마 동의는 그만, 특위 구성 시급"
여통 의원들, 국회 역할 확대 목소리 높아
1차 협상 결과를 두고 '미국에 선물만 주고 왔다'는 주장과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협상에 대한 우리 국회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의견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단 한 명의 연락관이나 전문위원도 협상단에 포함시키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 협상의 진척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우리 국회의 현주소다. FTA를 비롯한 대외 무역협상을 직접 담당하는 무역대표부를 의회 산하 기구로 두고, 협상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6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꼼꼼한 점검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지난 15일 여당은 야당에 공식적으로 국회 FTA 특위를 제안한 상태다.
<여의도통신>은 모니터 대상 의원들을 상대로 정부의 대외 협상에서 국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대부분 의원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비판에 공감을 표시하며, 대외 협상 과정에서의 국회 역할 강화와 조속한 FTA 특위 설치를 주장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통상절차법 제정 등 법적 장치 마련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이용희 국회부의장은 "지금 같은 방식으로 정부가 협상 동의를 구할 경우, 나부터 동의해줄 수 없다"며 "국회와 대화 없는 '묻지마 동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각 의원의 주요 발언이다. (가나다 순, 괄호는 소속당)
김광원 의원(한) "정부에 맡길 일, 국회는 현황 파악이 우선"
정부에게 맡길 일이다. 국회가 먼저 나서지 않아도 된다. FTA 협상 문제는 농업 뿐 아니라 문화와 경제 등 여러 방면과 관련돼 있다. 국회가 시작되면, 관련 정부 부처의 설명을 먼저 들어봐야 할 것이다.
김부겸 의원(우) "FTA 협상, 정치권의 통일된 대응 필요"
FTA 협상과 같은 사안에는 정치권의 통일된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당론을 확정하기 위한 회의가 매일 벌어지고 있는 만큼 당론을 먼저 정한 뒤 행동과 발언이 이어지는 것이 순리다. 다만 진도를 앞서가는 발언이 여당의 진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만큼, 지금은 말을 아끼겠다.
김효석 의원(민) "특위에 정책위의장 반드시 참석해야"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회 FTA 특위에는 각 당 정책위원회 의장들이 반드시 참석해야 효과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부측의 보다 정교한 정보 보고와 국회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만큼, 원내대표간 협의를 거쳐 특위를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특위 구성 자체가 FTA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국회의 기존 상임위 기능과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특위가 나름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김양수 의원(한) "국회 안에 국제 통상 전문가 육성"
국회 내에 통상 관련 전문가가 부족하다. 한미 FTA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국제 통상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국회가 지방선거에 전념하다 보니 자연히 국회 원 구성이 늦어졌고, FTA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특위 구성은 현 시점에서 적절하다. 특위 구성은 외교 통상 전문가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 농업, 제약 등의 관련 상임위 위원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주요 쟁점들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류근찬 의원(국) "통상절차법에 절차와 의무 명시"
국회가 협상 종료 후 비준동의안의 처리 외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상임위원회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FTA를 포함한 통상협상 및 협정 문제를 전담할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구성ㆍ운영함으로써, 협상 조언과 견제, 후속대책 마련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통상절차법 제정은) 법률안 내용에 협상, 비준동의 절차를 상세히 규정함은 물론, 정부의 보고의무, 이해 당사자의 의견수렴 과정 등을 명시함으로써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한 통상절차법 입법 방향은 타당하다.
우제항 의원(우) "국회의 협상 개입 범위 고민 필요"
FTA 협상에 국민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국회가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하며, 여야의 의견을 조율하는 국회 특위가 대안이 될 것이다. FTA 협상이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례가 돼서는 안 된다. 여야가 정치력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다만 정부의 대외 협상에 국회가 얼마나 깊이 개입할 것이냐의 문제는 더 고민이 필요하다.
이낙연 의원(민) "다수결보다는 만장일치 바람직"
"한미 FTA특위는 필요하다고 본다. 민주당으로서도 당연히 동참해야 할 것이다. 특위는 모든 정파가 함께 참여해야 하며, 원칙적으로 다수결보다는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했으면 한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국회의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지만, 앞으로 국회에 특위가 구성되면 정보를 취합, 분석하고 종합적인 대응책도 마련할 것이다. 또한 통상절차법은 취지에 원칙적으로 동감한다.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협상 상대국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지 않을 대안은 없는지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이용희 의원(우) "지금처럼 협상안 가져오면 나부터 NO"
지금처럼 진행 상황에 대한 일체의 보고 없이 나중에 국회에 동의를 구하러 올 경우 나부터 동의해 줄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국제 협상이 있을 때마다 동의를 빙자해 국회에 책임 떠넘기기 행태를 반복해왔다. 국회와 대화 없는 '묻지마 동의'는 없을 것이다. 국회 차원의 한미 FTA 특위는 각 당의 입장을 조율해 조속히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장선 의원(우) "국회 역할 확대에 동의, 법적 규정은 신중"
정부의 대외 협상에 대한 국회의 관여가 지금보다는 훨씬 확대돼야 한다. 다만 굳이 법으로 규정할 것이냐의 문제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 생활에 대한 FTA 파급력을 감안할 때 지금보다는 국회가 좀 더 역할을 해야한다. FTA 특위가 필요하다. 국회가 국민 다수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 내용을 정부에 전달해야 할 것이다.
정진석 의원(국) "현 대외 협상 구조, 국회 직무유기 초래"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역할이 전무함은 물론, 정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협상 종료 후 비준동의안 처리 외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 구조는 국회의 직무유기와도 같다. 또한 행정부의 일방적 독주를 감시, 견제하기 위한 통상절차법 제정이 필요하다. 국제통상 협상의 절차, 비준동의 절차, 정부의 보고의무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되, 보안유지 등 협상에의 영향을 고려하여 그 범위를 적절하게 정해야 한다. /유광준·이정원·신수임 기자
민주노동당은 한미 FTA 1차 협상이 시작된 지난 5일부터 졸속 협상을 우려하며 협상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민주노동당 한미 FTA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권영길 의원과 이용대 정책위 의장이 논평을 통해 "협상당국이 협상의제로 올리지 않아도 되는 지적재산권, 노동, 환경 등을 미국의 요구에 따라 협상의제로 수용하고 금융, 통신 등을 부각시켜 미국의 공격 폭을 넓히는 자책골을 넣었다"며 "잘해봤자 본전도 못 찾을 협상"이라고 평한 바 있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2차 협상이 재개되는 7월 10일경에 권영길 의원 대표발의로 '주권존중과 약자존중의 원칙에 따른 통상협정 추진을 위한 국회 결의안'(임시이름)을 제출할 예정이다.
결의안은 통상협정의 원칙을 명시한 것으로 △주권 존중과 평화의 원칙 △차이의 승인과 공존의 원칙 △지속발전 가능한 친환경적 번영의 원칙의 세 가지 원칙과 △투명성과 명확성의 규칙 △사전조정의 규칙 △유연성의 규칙이라는 세 가지 규칙을 골자로 한다.
결의안은 초안이 나온 상태로 다른 당과 조정을 거친 후 발의될 예정이다.
이미 권 의원은 지난 2월 '통상협정의 체결절차에 관한 법'(통상절차법)을 발의한 바 있다. 통상절차법은 국무총리 산하 통상위원회와 국회 내 통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통상협정 과정, 사회적 합의를 위한 민간기구의 구성과 참여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용승 보좌관(권영길 의원실)은 "통상절차에 관한 법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취할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통상절차에 관한 입장조차 명확치 않아 논의를 하기도 어렵다"며 통상절차법의 6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았다.
이 보좌관은 지난14일 열린우리당이 발표한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에 대해 "자유무역협정 특위는 이미 우리가 제안했던 내용으로 자료의 공개, 모든 협상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대규모의 분과 구성 등의 전제 조건을 받아들이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반기면서도 "특위 구성이 정부의 협상을 사후 추인하는 요식 행위로 전락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민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