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쌀을 지키겠다고 국회에서 공언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정부가 국민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장관은 14일 열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2006 농림부 업무보고'에서 "한미 FTA 협상에서 쌀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전날에도 농해수위 전체 회의에 참석하여 "우리 농업의 민감성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한 바 있다.
박 장관은 "우리의 민감 품목과 미국의 주요 수출 품목이 많이 중첩되어 협상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쌀을 비롯해 소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과 과실류, 콩류는 주요 민감 품목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정부가 국민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 "줏대 없이 FTA 협상에 임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협상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승환 의원(한나라당)은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 부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자국의 핵심 산업을 보호하려는 분명한 의지"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장관은 "지난 2일 공청회가 무시되는 등 공론화 과정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는 5월까지 최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협상 과정에서도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박 장관은 국내 농업의 예상 피해에 대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조1500억에서 2조2800억원의 생산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비관적인 추정치도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협상 조건이 제시돼야 구체적인 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8조8000억 피해를 예상한 바 있는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은 "8만 5천명의 농업 인력 감소로 인한 농산물 생산이 줄어들면, 식품 가공 부문 인력 감소도 상당히 클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10만명의 고용 효과가 창출된다는 장밋빛 그림만 갖고 FTA 협상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나설 때 각국은 자국의 교역 물품을 '일반품목', '민감품목', '특별품목' 등으로 분류하고, 각각 시한에 따라 차이를 두고 관세를 줄이거나 철폐하고 있다. 이중 민감품목은 각국의 생산 물품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거나 경쟁력이 취약한 품목으로, 관세를 삭감할 때 좀 덜 깎을 수 있도록 하는 품목을 말한다. 특별품목은 민감품목 중에서도 매우 중요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한·미 FTA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민감 품목과 미국의 주요 수출 품목이 겹친다는 점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낙성 의원(국민중심당)도 "미국이 FTA를 맺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쌀을 포함한 농축산물을 관세 없이 수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농산물 지키기'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여의도통신 = 신수임·이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