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국회는 극한 여야대치 상황 속에 주민소환법을 통과시켰다. 주민소환제란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등을 임기 중 소환해 해직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민에게 주는 것을 말한다.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도래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과 함께,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열린 '주민소환제 시행이 지방행정에 미치는 영향분석' 토론회는 각론의 장이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행정자치연구회장 최인기 의원(민주당, 전남 나주ㆍ화순)은 "주민소환제가 면밀히 검토할 시간 없이 갑작스레 통과됐다. 내년 중순부터 실질적으로 시행된다면 상당부분 혼란과 부작용이 있을 것이므로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인하대학교 이기우 교수가 주민소환제의 쟁점을 7가지로 정리했다. 이 가운데 우선 논란이 많은 두 가지 사안을 중심으로 찬반양론을 살펴보자.
● 누구를 소환할 것인가?
- 선출직 공무원에 한함 Vs. 교육감, 교육위원, 비례대표 지방의원까지 포함
지방자치법 제13조의 8 제1항은 주민소환의 대상을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원(비례대표 제외)에 한정한다.
이기우 교수는 이와 관련 "원칙적으로 선거직 공무원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교육감, 교육위원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에 의해 통제되지 않기 때문에 주민소환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주시 남상우 시장은 "비례대표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비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운영 상황을 봐 가며 시간을 두고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고, 행정자치부 권혁인 지방행정본부장은 "비선출직 공무원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입법 기술적으로 상당한 어려움 있다"며 반대했다.
● 소환 청구사유를 법률에 명시할 것인가?
현 법률에는 청구사유가 명시돼 있지 않아 이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현 법률이 타당하다며 "선거가 선출의 이유를 묻지 않듯 주민소환도 대상에 대한 총체적 평가 내지 신뢰관계 여부에 대한 것이므로 개별적 청구사유를 법률에 명시한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청구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는 경우 발생할 문제점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주민소환이 결정된 이후 그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법률적 다툼이 뒤따른다"며 "주민소환이 장기간 표류하거나 법원의 사법적 판단이 주민 판단을 뒤집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뒷받침했다.
그러나 남 시장은 "소환 청구 남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법률에 확실히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여의도통신=신수임 기자
<그 밖의 주민소환제 쟁점사항> ...........................................................................
- 주민소환 시기
법률 상 임기 개시일, 임기 만료일로부터 1년 이내에는 주민소환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큰 이견 없이 대부분 적당하다는 의견이다.
- 소환 청구권자
법률은 주민만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지방의회 및 교육위원회 등 단체에 의한 장의 청구권도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청구 후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법 논리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남용될 가능성을 두고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 청구요건(지방자치단체의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 총수에 대한 서명비율)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는 10%이상, 시장·군수·구청장은 15%이상, 지방의회의원은 20%이상으로 법률에는 규정돼있다. 제도의 실효성과 남용방지를 위해 주민 수에 따라 서명비율에 차등을 두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규모가 큰 지자체는 비율을 낮추고 규모가 작은 지자체는 비율을 높이자는 내용이다.
- 주민소환 발의효과(지방행정 공백 문제)
법률에 따르면 주민소환이 발의 되어 투표안을 공고한 때부터 투표 결과를 공표할 때까지 피소환자의 권한이 정지된다. 그러나 발의만으로 권한이 정지되는 경우에 지방행정의 공백이라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지나친 규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남상우 청주시장은 "공백을 방치하느니 차라리 지방자치를 안 하는 게 낫다"며 폐지를 요구한 반면, 권혁인 행자부 지방행정본부장은 "발의 된 후에는 어차피 자격논란이 발생해 지방행정에 혼란이 오고, 피소환인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에 전념하느라 본래 직무에 신경을 못 쓸 것이기 때문에 발의와 동시에 권한을 정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 소환의 결정(투표·찬성율)
주민소환투표권자 총수의 1/3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총수 중 과반수가 찬성일 때 확정되는 것이 현 주민소환법이다. 다만 제도 도입 초창기에 우려를 불식하고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보완책으로 '과반수 투표, 과반수 찬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