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비준안 통과에 이어 올해 한미 FTA협상이 시작되면서 농업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농업 살리기를 위해 '공정무역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위기의 한국농업과 소비자 운동의 과제와 역할' 심포지움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대구 가톨릭대 사회학과 이정옥 교수는 "생산자에게 적정한 임금과 노동을 부여한 상품만을 무역의 대상으로 삼자는 공정무역 운동 개념을 우리 농업에 적용해야 하는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네덜란드의 '깨끗한 옷입기 운동'의 경우에 생산 과정에서 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기업 정보를 소비자에게 주고, 가격이 아닌 공정한 생산 과정을 거친 상품을 선별하게 함으로써 의료업 노동 조건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소개하고 "소비자의 의식화가 이루어진다면 공정무역 운동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단체·학교·지자체 등 모든 조직을 통합하여 소비자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소비자-생산자-기업이 참여하는 사회협약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심포지움에 참석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성도 대외협력실장은 "20년 만에 농민이 7백만명이 줄었다. 우리 농업은 위기가 아니라 반쯤 침몰한 상태에서 한미 FTA협상으로 어뢰를 맞고 있는 셈"이라며 "농민만 나선다면 '농민 이기주의'로만 비치는 현실에서 각성된 소비자 연대의 필요성에 적극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단체인 (사)한살림 김병호 기획실장도 "생산자와 소비자를 각각 구분하기보다는 프로슈머(생산자-Producer,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의 개념 전환이 요구되는 시기"라면서 "소비자에게도 권리만큼 사회적 책임 의식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제 발표에 공감을 표시했다.
소비자생활협동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생협연합회 오항식 사무청장은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핵심은 '신토불이'가 아니라 '우리 농산물이 안전하다'는 인식"이라며 "특히 식품 기업의 경우 가공 식품에 우리 농산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하고, 소비자는 사회협약에 참여한 기업들의 상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조사부 이병욱 상무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감하지만, 사회적 협약은 자칫 무역 상대국과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면서 "교육과 캠페인 등의 방법을 통해 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의 불공정한 무역 구조를 개선하여 제3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의 운동. 1940년대 영국 시민단체 옥스팜 등이 제3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수공예품을 사들이고 교육 운동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이후 각국 시민단체들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다국적 기업이 고가의 제품 판매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자유무역 형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 무역' 운동 형태로 발전을 거듭했다. 지난해에는 NGO단체들의 잇따른 노동력 착취 비판에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가 해외 569개 하청공장 감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여의도통신 = 신수임·이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