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버스치기’, ‘새벽치기’로 비난받고 있는 각 지방의회의 선거구 획정안대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4당과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두고 의원정수를 선관위 규칙으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리고 7일 국민중심당을 제외한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국회에 공동제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원내대표의 법안제출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에서는 모처럼 찾아온 국회정상화의 기운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물리적으로 법안처리를 위한 시간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법안개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번 임시국회의 주요주제는 ‘선거법’이 아니라 ‘사립학교법’이라는 것이 여당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열리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모든 정당이 합의한 가운데 논의를 시작해도 시간이 빠듯한데 127석의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오는 15일 늦어도 내달 2일까지 법안을 상정하고 타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여당으로서는 선거구 획정과정의 부당함을 국민에게 알리면서 ‘표’로 심판해 줄 것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인 장윤석 의원 역시 “예비후보자등록을 받는 등 이미 선거전이 시작된 상황에서 ‘게임의 법칙’에 손을 댄다는 것은 현 선거구획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해 법률개정에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미 ‘물 건너 간 사안이 아니냐’는 주장은 여당의원에게서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최규성(전북 김제 완주·전북도당위원장) 의원은 지난달 31일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당의 공직선거법 개정에 반대한다”며 “이미 후보들이 선거전에 돌입해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법률자체의 개정을 논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심 의원은 “공당의 원내대표들이 개정을 약속하고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한 만큼 이 후에는 개정안 처리에 추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한나라당도 사안이 사안인 만큼 극렬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재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 역시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법의 특성상 ‘합의처리’가 가장 부담이 적은 만큼, 열린우리당에서는 법안의 개정을 요청하고 한나라당에서 개정안을 받아들이면서 법의 적용은 다음 선거로 미루는 타협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 추진에 열쇠를 쥐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아직까지 개정안 처리에 미온적임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는 기존 선거구 획정안대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2월 임시국회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과 약속한 국회라는 측면에서 공직선거법이 사립학교법보다 우선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적으며 열린우리당은 지금 당권경쟁으로 다른 곳에 눈 돌릴 틈이 없기 때문이다.
당권경쟁을 마치고 당내 민심을 추스리는 것은 물론 당면한 사학법을 당내 반발을 무마하면서 처리하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의도통신=유광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