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국회 본청 245호실에서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위원회(위원장 허태열) 주관한 ‘지방분권, 지방사무 배분 개선방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지방행정체제개편 특위는 애초 ‘지방분권과 지방사무 배분의 개선에 관한 공청회’라는 제목으로 이날 자리를 마련했지만 공청회 참석자들에게 최근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행정체계 단층화는 적절하지 않으며 국가와 지방정부간 업무배분으로 기존 폐해를 줄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번째 진술에 나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김익식 지방자치위원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지방정부간의 업무 분장비율이 말이 안 될 정도로 국가가 많다”며 “국가와 지방정부 73:27의 비율로 업무를 나눠 맏고 있으면서 지방자치를 한다고 언급하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은 “지방정부의 사무 역시 시 · 도가 공동사무를 포함해 74%의 업무를 맡고 있으며 시 · 군 · 구가 26%의 사무를 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풀뿌리 행정’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이성근 영남대 정행정대학장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법의 규정하고 있는 지방사무의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힘 있는 국가가 권한과 사무를 지방정부에 내놓지 않는 것”이라고 원인을 분석하고 “사무배분에 대한 사전 심의제를 도입하고 국회 내에 국가사무의 지방정부 일괄이양 담당 특위를 설치하는 제도적인 방안과 함께 각 지방정부의 실정에 맞는 사무를 이양한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결합된다면 나름의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교수는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군 단위 자치단체의 경우 그 허실이 현실인 만큼 단순한 통합보다는 각 자치단체간 연합이 가능하게 해 주는 제도적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현행 도청의 경우는 기초단체와 국가를 연결하는 역할 정도로 기능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와 지방정부간의 사무를 기능적으로 배분하면 모든 지방자치의 문제가 해결 된다’고 주장해 참석한 의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중앙대학교 홍준현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체제 개편의 추진배경은 지방정부의 업무중복이었다”고 전제하며 “주민과 실질적으로 부딪치는 일선 행정은 기초자치단체가 실행하고 지역의 생활과 복지 영역에 대한 정책기획은 광역자치단체가 맡는다면 지자체간 업무가 중복되지도 않으면서 현행 제도가 효율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전국 시장 · 군수 · 구청장협의회의 추천을 받고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대전대학교 안성호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국회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60~80만명 규모의 단층 행정구조개편안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시종일관 목청을 높였다.
안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가 행정단층화라는 정부의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이며 한 때 그런 경향이 유럽에서 잠시 일다가 이제는 다시 행정다층화를 통한 주민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방자치제가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정부가 주장하는 ‘규모의 경제’는 지방행정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정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안 교수는 “행정구조를 개편한다고 해서 지역감정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하고 “단체장과 지역구와 겹치는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행정구조 단층화가 더욱 안락한 방법일 것”이라고 정치권을 겨냥했다.
세 번째로 열린 이날 공청회에 앞서 지난 1일과 6일에 열린 공청회에서도 전문가들은 지방자치제도의 진전을 위해서는 ‘작고 주민들과 가까운 지방정부’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통신 = 유광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