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석 의원은 지난 11일 오전 8시20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도청파문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심경을 밝혔다.
김의원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지난 5일 김승규 국정원장의 도청 관련 자체조사결과 발표와 이후 전개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스스로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며 "불법도청사건이 또 다른 역사왜곡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김의원은 "X-File 사건이 터져 나오고 273개의 테이프를 얘기하다가 갑자기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도청이 있었다는 발표를 함으로써 마치 97년 이전의 도청이 국민의 정부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계속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도청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 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 불쑥 ‘국민의 정부에도 도청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발언이 얼마나 무책임한 발언이었는가를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의원은 "DJ의 입원은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가 후퇴함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그 분의 가슴에 흘러내리는 눈물은 독재투쟁에서 받은 사형선고보다 더 아픈 눈물일 수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편집자)
저는 최근의 불법도청사건이 또 하나의 역사왜곡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마음을 떨칠 수 없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으로서는 과거 독재에 맞서 투쟁해 온 아픔보다 지금의 아픔이 더 클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 분이 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을 위해 평생 해 오신 일을 우리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기득권의 저항 속에서 엄청난 개혁을 했음에도 일부 미진했던, 덜 개선된 남아 있는 부분을 가지고 그것이 전부인양 뒤집어씌우는 사태를 바라보면서 이것이 제대로 된 역사인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이글을 띄웁니다.
며칠 전 김대중 전 대통령 회고록 집필 문제로 DJ를 지근거리에서 모시고 있는 최경환 비서관과 통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평생을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싸워 오신 그 분이 마치 도청이나 일삼는 사람으로 언론에 비쳐지고 있는데 대해 엄청난 충격을 받아 식사를 거르는 것은 물론 잠을 이루지 못하신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지난 5일 김승규 국정원장의 도청 관련 자체조사결과 발표와 이후 전개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 자신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X-File 사건이 터져 나오고 273개의 테이프를 얘기하다가 갑자기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도청이 있었다는 발표를 함으로써 마치 97년 이전의 도청이 국민의 정부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계속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왜곡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옛 안기부는 97년 이전에는 미림팀이라는 불법조직을 만들어 무차별적인 도청을 자행했던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 DJ는 취임 초부터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불법도청을 근절하려는 노력을 계속하였던 것입니다.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명칭을 바꾼 것도 이러한 의지의 일단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군사 정권 때부터 시작된 도청은 그 뿌리가 깊어 한꺼번에 뽑히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뿌리의 일부가 남아 근절되지 않은 것은 사실인 것 같고, 어쩌면 그 뿌리는 이 시점에까지 남아 지금도 어디에선가 도청이 자행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문제는 국정조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점검하지 않으면 파악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도청이 국민의 정부에도 계속되었다고 하나 그 내용과 질에 있어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자명합니다. 도청의 범위나 방법, 그리고 도청정보를 이용하는 정치세력에 있어 국민의 정부이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선상에서 얘기함으로써 왜 무슨 목적으로 그렇게 접근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습니다. 음모론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노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대통령의 의지는 진정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노대통령의 그러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판자체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노대통령은 음모론에 대한 부인보다 이러한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진실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방관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으로 이러한 노대통령의 의지가 관계되는 사람들에게 확고하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향후 진행과정에서 노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를 더더욱 안타깝게 한 것은 이러한 사실이 발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언론과 야당에서 ‘인권을 앞세워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하고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비아냥거림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DJ를 빨갱이로 덧칠하여 온갖 고통을 가했던 사람, 혹은 그들과 함께 DJ 흠집 내기에 열중했던 사람들이 아닙니까. 인권파괴를 일삼아 왔던 그런 세력들이 오히려 DJ에게 뒤집어씌우는 모순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대로 가는 역사라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정부의 시대사적 의미는 무엇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누구입니까?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진실된 역사를 찾아가고 또 올바른 미래를 열어 가자고 국민이 선택한 정부 아닙니까.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책임자로서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분입니다. ‘내 뜻이 아니다, 나는 무관하다’라는 자세여서는 안 됩니다.
진실은 밝혀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수없이 배웠습니다. 지난 대북송금특검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했던 고통과 비용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도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남북화해협력의 시대를 열었던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그 소중한 가치는 팽개쳐 진 채, 과정에서 나타난 온갖 문제를 파헤쳐 책임을 지라고 매질을 해 댄 것 아닙니까. 그 과정에서 과연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세월이 흐른 지금 DJ의 햇볕정책은 재평가 받고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 않습니까.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나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는 교훈을 대북송금특검을 통해 우리는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는 지난 특검과정에서 우리가 배웠던 교훈들이 반영됐다는 흔적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중정에서 안기부, 국정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구악을 없애고 개혁을 완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지난한 과정인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도청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 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 불쑥 ‘국민의 정부에도 도청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발언이 얼마나 무책임한 발언이었는가를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향후 이 문제를 처리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심사숙고해 주실 것을 당부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이번 발표에는 아무런 정치적 의도도, 음모도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을 믿고 참여정부가 진실 편에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대통령 주변사람들은 과연 참여정부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인식하면서 일을 처리해 나갈 것을 기대합니다.
이 일을 가지고 DJ공격에 앞장서고 있는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과거 인권을 위해 무엇을 한 정당이었습니까? 그런 여러분들이 지금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습니까? 나는 과거를 묻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DJ의 입원은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가 후퇴함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그 분의 가슴에 흘러내리는 눈물은 독재투쟁에서 받은 사형선고보다 더 아픈 눈물일 있습니다.
우리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순간 평생을 인권을 위해 싸워 온 그 분의 노력이 재조명 받을 날이 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