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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보낸 편지 - 김효석 국회의원여의도에서 보낸 편지 - 김효석 국회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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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2년을 맞으며
"비도불행(非道不行)의 정신으로 전진하겠습니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축하인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잇따른 호남지역 선거에서의 승리, 최인기 의원님의 입당 등으로 민주당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특히 상종가라면 말입니다.
오른 주가 속에는 지난 1년 동안 민주당 식구들이 피땀 흘려 노력해온 결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7대 국회 2년을 맞는 심정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지난 1년여 동안의 고통보다 더한 산이 겹겹이 가로막혀 있고 그 산 하나하나를 힘겹게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년은 고달픈, 그야말로 신산(辛酸)의 시기였습니다.
집권여당에서 소수야당으로 바뀐다는 것. 그 것은 단순히 여야의 개념이 바뀌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해야 한다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여당시절이라면 당정협의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정보들이 차단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소수야당이라는 한계 때문에 정책입안을 위한 제보가 단절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각오도 함께 했고 개원과 함께 이 같은 예상은 현실화됐습니다.
본인의 진정성과 노력만 있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과정에 앞뒤를 가리지도 않은 채 ‘소수야당’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음을 체험할 땐 그야말로 ‘왕따를 당하는 학생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입법 활동에 필요한 정보의 통로가 의원개개인의 능력이나 열의에 상관없이 정당의 크기에 따라 열리고 닫히는 일이 반복되는 상황.
나라발전을 위해, 국리민복을 위해 아무리 필요한 법안이라 할지라도 법안 발의에 필요한 10명의 의원동의를 받는 일이 법안 만드는 것 보다 더 힘든 상황 속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지난 1월에는 생각지도 않은 교육부총리 제안을 받고 많은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순수한 제안을 순수하게 거절한 것은 저로 인해 한국 정치가 정쟁의 길로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것, 어떠한 경우에도 제가 몸을 담고 있는 민주당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충정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이런 뜻과는 상관없는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일부 언론에서 17대 국회 1년을 평가하면서 민주당 소속 의원 9명(평가 당시) 가운데 4명이 우수의원으로, 저는 재경위 최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입법 활동 과정에 대한 평가에서는 제가 19건 중 12건을 가결시켜 전체 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입법활동을 했다는 평가를 내려주시기도 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성적표를 받아보면서 ‘가난한 집 자식이 공부는 잘 한다’는 어릴 적 얘기를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상종가의 의미입니다. 외부에서는 민주당상종가를 국회 성적표가 아닌 하루아침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얽혀있는 정치권에서의 ‘캐스팅보트 역할’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습니다.
그런 얘기들을 접할 때 마다 저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캐스팅보트의 이면에는 분명 호남지역민들의 믿음과 지원이 굳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초라해진 당의 모습에 활기를 불어 넣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당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은 분명 호남, 호남지역민들의 성원입니다.
17대 국회 2년을 맞는 저의 고민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호남지역에서의 기대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아 가는데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의 여론은 구들이 막힌 안방의 윗목처럼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오는 10월의 재보선과, 내년 5월 지방선거 그리고 대선까지….
그 속에서 50년 정통야당 민주당의 부활, 민주당에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는 방법, 민주당에 대한 전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만에 하나 한국 정치발전을 위해 정치지형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제가 맡아야할 ‘작지만 의미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뭔가 근사한 이야기로 1년을 결산하고, 앞으로 1년을 약속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이 글을 시작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근사한 글 혹은 말보다는 앞으로의 실천의지, 행동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처음의 욕심을 조용히 접었습니다.
대신 다음 얘기로 앞으로 저의 1년을 약속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비도불행(非道不行)’입니다.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길이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지겠죠. 국민을 위해서라면 탄탄대로를 달리기보다 가시덤불 오솔길도 걸어야 하고, 길이 없는 곳이라면 새로 길을 뚫는 힘이 필요하겠죠.
그러나 그 길이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길, 그리고 옳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바른 길이 아닌 곳은 가지 않아야 한다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길을 가기위해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용기입니다. 앞장서 나갈 수 있는 용기, 그릇된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옳은 길을 얘기할 수 있는 용기 말입니다.
특히 외부에 그릇됨을 지적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의 잘못, ‘내 눈의 들보’를 먼저 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용기를 갖추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비도불행’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바른 용기.
앞으로 1년, 그리고 남은 임기 3년 동안 이 말들을 항상 되새기며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2005년 6월 3일
김 효 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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