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교육부총리 인선에서도 이번 경제부총리 인선 과정에서도 늘 입각 대상으로 오르내렸던 민주당 김효석 의원을 14일 찾았다.
김 의원은 마침 장성 출신인 정보통신 관련 단체 임원을 만나고 있었다. 정보통신부 차관을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얼마간의 기다림 끝에 들어선 의원실에서 김효석 의원을 만났다. 의원실 벽면에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는 휘호가 걸려있었다.
김 의원은 지역 주민들이 보내준 편지를 먼저 보여줬다. '경제부총리 제의를 고사한 것에 대해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고 격려편지를 보내준 것이었다.
50년 전통의 야당에서 소수 정당의 일원으로 17대 국회 의정활동을 하게 된 김 의원은 대뜸 민주당의 갈 길은 '정책 정당' 뿐이라며 민주당의 정치적 지향점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정책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정책정당은 정치개혁의 시발점이자 종착점입니다. 교육부총리, 경제부총리라는 잇단 입각 제의를 거절한 것도, 당내에서 하향식 민주당 도지부장 낙점에 대해 반대를 하는 것도 제가 지역정치에 신경을 쓰고 입각을 하게 되면 당내에 정책을 담당할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참여정부의 잇단 러브콜을 거절한 배경도 결국 민주당을 정책정당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정치적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김 의원의 탁자 위에는 각종 자료와 보고서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창가에는 몇 개의 난 화분이 자리하고 있었다. 탁자 위에 놓인 두 대의 전화기에서 전화가 울리자 김 의원은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통화를 했다. 자세한 통화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이름이 거론됐다. 전화통화가 끝나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정부의 입각 제의와 관련한 뒷 이야기로 넘어갔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교육부총리 인선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고 했다. "춘추관도 아니고 사저에서 식사를 했지요. 상파울로에 출장을 가 있었는데 몇 번이나 청와대에서 전화가 오는 거예요. 그러다가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전화를 해서 '들어오시라'고 하는 겁니다. 급거 귀국했죠. 청와대 사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인간적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통령께서 저에게 '개인적 신뢰'라는 말을 몇 번씩이나 하면서 교육부총리를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그때마다 저는 정치적 상황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김효석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과는 각별한 인연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경제 정책을 보좌하면서 사실상 참여정부 초기 경제정책의 기조를 잡은 것이 바로 김 의원이다. 때문에 참여정부 초기 경제부총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창당과정에서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열린우리당에 참여할 인사로 김 의원을 꼽기도 했을 정도다.
"정치적 상황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입각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털어놓는 김 의원에게 당시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당시 민주당 당원들과 도의원, 군의원들의 뜻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었다.
당시 결정에 후회는 없느냐고 묻자 김 의원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지금 뭐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다만 현재 정치적 상황이 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상황이 변하면 (입각도) 언제나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야기는 정치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설에 대한 언급으로 이어졌다.
"적어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정치적 연합형태로 협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큰 줄기에서 정리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방향으로 정치지형이 변해야 합니다. 어차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뿌리가 같죠. 지금 현재 열린우리당의 정책기조는 민주당의 정책을 대부분 계승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통합이 되는 것이 옳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그 때가 오면 적절한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통합에 대한 김 의원의 시각은 열린 가능성으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과연 그 시기는 언제가 될까.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가 양 당간의 통합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정파를 떠나서 경제와 관련된 중요한 정책을 만들어내고 법안을 만드는 것에 주력할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제고 다시 역할을 하고 싶다"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통합에 얼마간 역할을 담당할 뜻임을 은연중에 나타냈다.
"예전처럼 당원들이 발목을 잡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그래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통합을 추진하시겠습니까"
"... 당원들의 뜻을 충분히 생각해야죠"
양당간 통합에 대한 김 의원의 의지는 강했지만 그 시기는 지역 여론의 추이가 변수가 되리라는 점을 평소와는 다른 김 의원의 신중한 답변이 말해주고 있었다. <여의도통신/ 김동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