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潭陽, 일본의 생태전원도시 '유후인' 취재를 마치고 오후엔 같은 오이타현 소재 일본 그린투어리즘의 명소 우사市 아지무(安心院)邑으로 향했다.
취재지역인 '아지무 와인공방' 관계자와의 사전 인터뷰 약속 때문에 유후인 취재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차량에 올랐다.
아지무邑은 오이타현 북부에 위치한 인구 약 1만명의 중산간 지역으로, 유후인에서 약 1시간 거리, 유명한 벳부 온천에서는 약 35㎞ 지점에 위치해 있다. 얼마전 우사市(인구 6만5천명)와 합병된 곳이다.
이곳은 '아지무 히노히카리 쌀' , 포도단지, 자라 양식 등으로 유명하고 양배추·딸기·화훼 농업도 발달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역 포도생산 농가들과 연계한 와인업체 유치로 농가부업 고소득을 올리는 곳이자 일본내 성공한 녹색농촌 그린투어 명소이기도 하다.
▣ 西일본 포도주산지 '아지무'
일본인들은 아지무(安心院)를 말할 때 평안하고 경치 좋기로 '일본 최고' 라고들 말한다. 이러한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는 아지무邑은 있는 그대로의 순박한 농촌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위해 녹색농촌체험 그린투어리즘(Green Tourism)을 시작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난 1992년 과소화(過疏化)·고령화의 진행과 경작포기 농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농산촌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그린투어리즘을 적극적으로 도입, 농가민박·농가레스토랑·농산물직매장 등 지역활성화 사업을 추진하였고 그 중에서도 일본에서 가장 각광받는 곳이 바로 아지무邑 이다.
국가정책으로 추진된 '1촌 1특산물' 정책의 대표적인 성공 지역이며 일본 그린투어 지역 중 연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포도 생산으로 농가 고소득을 올리는 富農, 富村 지역이다.
西일본 포도주산지인 아지무에는 20여개의 포도조합이 있고 출하 성수기인 매년 8월에 집중적으로 문을 열고 갖가지 판매행사와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아지무 와인공방'은 일본의 대표적 와인 제조회사(1973년 창업)로 지난 2001년에 정부 정책과 아지무 포도 농업인(200여농가)들의 요청으로 현지에 와인 제조공장을 유치했다. 현재 아지무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 거의 전량(95%)을 농가에서 매입해 각종 와인을 연간 12만병(720기준) 가량 생산, 내수 및 수출하고 있다.
대부분 복합영농에 종사중인 아지무 지역 포도 생산농가들은 포도생산을 통해 한해 200만엔(우리돈 2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일본의 평균 소득이 300-400만엔임을 감안하면 농촌지역에서 포도 농사로 올리는 소득치곤 상당히 높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었다.
게다가 생산농가는 포도만 잘 재배하면 되고 품종개량에서 부터 생산·출하·유통·판매까지 모두 일종의 원예농협인 일본의 'JA(농협)'와 그 자회사로 설립한 '아지무 농업공사', 그리고 와인 제조업체인 '아지무 와인공방' 에서 책임을 지는 일원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말 그대로 농가에선 병해충, 재해재난만 없으면 연간 2000만원의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아지무 지역의 포도재배 면적은 당초 350㏊ 정도였으나 현재는 농가 고령화 등으로 그 면적이 200㏊로 감소, 미래 농촌문제에 있어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과제를 안고는 있었다.
▣ 아지무 와인공방
우리 일행이 취재지역으로 택한 곳이 바로 西일본 포도주산지 이자 포도 원료를 가공, 세계적 와인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아지무 와인공방'.
미리 인터뷰 요청을 해놓아 記者를 반갑게 맞이한 회사관계자는 "지난 1970년대 아지무에 대한 국가 농업정책 역시 쌀생산 육성 위주였으나 농촌 고령화 및 생산성 하락 등으로 포도산지가 많은 이 지역 여건상 포도농가 지원정책으로 바뀌었고 이후 와인생산을 통한 고부가가치 농업정책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며
"이는 농촌지역인 아지무 농업인들의 부업 소득을 높이기 위한 농업정책이었는데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을 꺼냈다.
당초 아지무(安心院) 또한 일본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쌀 농업에 매달려야 했으나 포도산지가 많은 현지 여건을 감안해 주 농업정책으로 포도생산에 주력하다 이제는 와인업체를 유치, 현지생산까지 가능하게 돼 이전의 농업소득 보다 몇배의 고부가가치 농업을 실현하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지금 일본내 녹색농촌 그린투어 제일의 명소로 각광받고 농가 고소득을 올리고 있기까지에는 비단 아지무 농업인들의 포도재배와 와인생산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한다. 바로 현지 농업과 농촌현장을 그린투어리즘으로 연계시켜 미래 농촌형사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민·관·기업 공동 참여 지역농업 특성화 정책 추진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아지무 와인공방은 지역 포도생산 농업인들이 국가정책인 '1村 1특산물'에 부응, 와인 제조회사를 현지에 유치해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이다.
아지무 포도 생산농가들은 쌀 1㎏에서 200엔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지만 포도는 1㎏에 250-300엔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데 주목하고 포도생산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판로와 상품성. 이 문제를 푸는 열쇠가 바로 와인 제조회사를 지역에 유치하는 것이었다.
자치단체와 회사, 포도생산농가 3자가 뜻을 모아 지역별로 20여개의 포도조합을 설립했고 와인 제조회사를 유치해 농사생산 포도 전량을 와인으로 상품화 시켜 부가가치를 크게 올릴 수 있었다. 1차 상품인 포도를 가공처리, 2차 상품인 와인으로 부가가치를 높였고 여기에 아지무 와인체험 그린투어까지 사업으로 추진해 3차 서비스 상품으로서의 포도의 가치를 높였던 것이다.
그린투어리즘 선도지역인 아지무 지역 와인 판매 실적은 당초 일본 주류 판매량의 2%밖에 점유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일본인들의 와인 선호도가 낮기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와인 체험을 위한 다양한 홍보와 함께 그린투어실천대학을 통해 전국의 대학·일반인들을 적극 와인공방에 유치, 견학시킴으로써 포도와 와인을 좋아하게 만드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를통해 와인 소비량이 크게 늘었고 명실공히 와인체험 그린투어 최고의 명소로 만들어 가는 한편 생산 농가들의 소득도 크게 늘어 포도를 재배하는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했다.
현재 아지무 와인공방에는 연휴때면 1일 평균 5천여명이 와인체험 그린투어를 하고 있으며 포도·와인 관련 각종 콘서트와 음식테마 축제를 벌이고 있는데, 봄에는 지난해 제조한 와인을 맛보는 '와인 숙성 시음제'를, 가을에는 포도수확축제를 열면서 갈수록 가족단위 체류 방문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곳 와인공방 전시관에는 동서양의 각종 와인제조기구들이 전시돼 있고 저장고에는 와인공방이 아지무에 입지한 5년전부터 담근 와인들이 연도별로 빼곡이 저장되고 있었다.
품종별 시범포에는 샤르도에·샤비뇽·매르롯 등 유럽형 포도 품종들의 시범포와 함께 보다 좋은 포도생산을 위한 품질개량 시범포를 잘 관리되고 있었다. 이 시범포에서 선택된 품종을 농가에 공급, 재배하도록 하면서 지속적인 품질개량 관리까지 회사측에서 배려하고 있었다.
▣ 농촌민박과 그린투어리즘
아지무에는 농가 이외의 가정을 포함해 약50여 가정이 농촌 민박을 하고 있으며 상호 협력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농촌 민박은 회원카드(Member's Card)를 발행하고 회원등록을 하는 시스템으로 회원카드에 10번의 도장이 찍히면 친척과 같은 관계로 발전하여 결혼식 등 행사에 초대하는 등 더욱 우애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한다.
이로인해 매년 농박 체험자가 증가해 지난해에는 일본 국내는 물론 국내외적으로 한해 5000여명까지 아지무 농촌민박 관광객이 증가했다. 그 중 20% 정도는 한국인으로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읍에서는 한국어 강좌도 열고있다고 한다.
이곳 주민들이 농촌민박을 운영하는 주된 이유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하여 인생을 즐겁게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농박은 1인당 저녁 아침식사 포함 1일 6천엔 정도로 친절하고 만족할 만한 숙식제공 그리고 주변의 온천장과 관광지 안내 및 프로그램 참여 장소의 교통제공 등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농촌의 어메니티 (Amenity)는 자연적 자원으로 깨끗한 공기, 맑은 물, 소음이 없는 환경자원과 비옥한 토양, 계절의 변화, 특이한 지형, 각종동물, 수자원, 생물서식지 등 생태자원이 있다. 그리고 문화적 자원으로 전통건축물, 전통주택, 마을의 상징, 유명인물, 풍수지리나 전설, 마을놀이 등의 역사자원과 농업경관, 하천경관, 산림경관, 주거지 경관 등 경관자원이 있다.
또한 사회적 자원으로 공동생활시설, 기반시설, 농업시설 등의 시설자원과 관광농원, 휴양단지, 민박, 특산물 등 경제활동자원 및 마을문화활동, 명절놀이 등 공동체 활동자원이 있다.
이러한 농촌어메니티 자원을 잘 활용하여 "돈버는 농업, 살만한 농촌"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곳이 바로 일본 오이타현 아지무邑 이었다.
일본 아지무邑 그린투어리즘 취재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서는 이제 농업을 생산·가공·유통분야 뿐만 아니라 그린투어리즘을 통해 농가소득뿐 아니라 건강과 즐거운 시간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으로 정착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도농교류의 장소이자 가공시설 운영, 특산품판매 공간으로 서의 지역농업의 새로운 성장 거점을 확보해 나가고 있었으며 또한 농가식당(레스토랑), 농산물직매장 운영, 농산물가공 직판 등 농업을 단순히 농사짓는 일이 아닌 미래형 농촌기업으로 육성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