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공예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고 화려한 기술을 손꼽으라고 하면 낙죽이 단연코 0순위에 들 것이다.
낙죽은 담뱃대, 참빗 등의 대나무 겉면을 불에 달군 인두로 지져 온갖 무늬를 그려 넣는 것을 말한다.
낙죽이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밑그림에서부터 세밀한 그림의 명암이나 농담까지도 인두의 온도 조절로 그려지기 때문으로 대나무골 담양에서도 조운창씨(62, 사진)를 비롯한 몇몇 사람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30여년 동안 조씨와 함께 해 온 인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조씨를 낙국 전통기능 전승자로 선정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최근 낙죽전통기능전승자로 石泉 조운창 선생을 선정, 앞으로 5년 동안 매월 80만원씩의 기능 전승 지원금이 지급되며 작품 발표시 행사 경비 등이 지원된다.
조씨는 "낙죽장이란 불에 달군 인두를 대나무에 지져가면서 장식적인 그림이나 글씨를 새기는 기능 또는 그러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말해. 내가 알기로 낙죽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고대 중국에서부터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문 기술이었으나 조선 순조(재위 1800∼1834)때 박창규에 의해 일제시대까지 전승된 것으로 안다"며 낙죽의 역사로 말문을 열었다.
또한 "낙죽은 온도를 맞추어 그려야 하고 인두가 식기 전에 한 무늬나 글씨를 마무리지어야 하기 때문에 작업 경험과 속력을 필요로 하는데 화살대·침통·칼자루·병풍·담뱃대·부채·대나무필통 등에 주로 사용했지만 하루종일 구부려 앉아 일하다보면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는 등 배우기도 어렵고 돈이 안돼 중도에 그만둔 사람이 족히 수백명은 될 것이다"고 조씨는 회고했다.
이처럼 어려운 낙죽에 조씨가 입문하게 된 것은 산 입에 거미줄 칠 수 없어 17살 때 인두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가 군 복무를 마친 72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낙죽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조씨는 그 당시 담양에서 유일하게 전통적인 낙죽장의 기법을 간직하고 있던 이동련옹과 국양문옹이 낙죽하는 작업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어깨 넘어 배운 것을 혹여 잊어 먹을까봐 수많은 대나무를 연습지 삼아 수백 수천번 거듭한 끝에 조씨만의 낙죽 세계를 열 수 있었다.
조씨가 즐겨 그리는 것은 십장생도를 비롯하여 산수, 국화, 송학, 매화, 연꽃, 난초, 사슴, 운문 등 무척 다양하며 쓰이는 도구로는 칼, 인두, 톱 등이 있는데 특히 인두는 도안을 그리는데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연장이다. 그것은 그림의 묘미가 바로 이 인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숯불에 가열시킨 인두의 끝을 멍석에 문지른 다음 볼 근처에 갖다대서 열도를 가늠한 뒤 낙죽을 하기 시작한다.
이때 인두끝의 열이 높으면 도안이 검정색으로 하게되고 열이 낮으면 다갈색이 되므로 도안의 색채는 열의 조정여하에 따라 검정색, 다갈색, 밤색으로 나타나는데 오랜 經驗과 수련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것이다.
조씨의 작품이 남다른 것은 합죽선(合竹扇), 진소, 화죽, 병풍 등 대나무의 표피에다 한국적인 여러 전통문양을 다채롭게 그려 그 정취를 더한층 돋구어주는 능란한 솜씨에다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그만이 갖고있는 독특한 기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으로 사용할 대나무를 고르는데도 그의 능력이 발휘된다. 건조되면서 대나무가 갈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통대를 이용한 작품은 신죽을 사용하며 조각대는 3년생 이상으로 광택이 좋은 왕대를 고집한다.
특히 대나무에 그리는 것을 탈피해 화선지에 그리는 낙화는 조씨만이 구사 할 수 있는 독보적인 것으로 순식간에 작품을 완성해 가는 조씨를 보고 있노라면 경외감 마저 들게 하며 시가 200만원을 호가하는 구갑죽을 이용한 낚시대도 조씨의 손길이 들어감으로써 그 부가 가치가 상승하고 있고 6폭 병풍은 3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같이 어렵게 배운 낙죽 기법을 남들에게 가르치는 재미에 조씨는 푹 빠져있다.
수년동안 여성회관 생활문화교실 교육 강사와 죽제품체험교실 운영강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이들을 낙죽의 세계로 이끌 은 것을 비롯 담양남초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월·금요일에는 방과후 수업으로 낙죽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 6명의 학생들은 화·수·목요일 집중 교육을 시켜 12월초에 대전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출품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이어 낙죽장의 생을 살아가고 있는 아들 원익씨에 대한 가르침도 늦추지 않고 있다. 개인 사업을 하다가 아버지의 간곡한 권유로 인두를 잡게 된 원익씨도 '청출어람'이라는 말처럼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열어가기 위해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낙죽기법을 연마하는데 정진하고 있다.
조운창씨는 "어릴 적 할머니가 대나무를 이용해 부채를 만들고 아버지가 퉁소를 만들어 연주하는 것을 보고자란 것인지 몰라도 남들이 어려워하는 낙죽을 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고 성취감을 느끼는 시간이다" 며 “더 늦기 전에 제가 가지고 있는 낙죽에 대한 기능을 후진들에게 계승, 발전시켜 전통의 멋을 살리고 맥을 이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