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여년전 현 순천 송광사에 이름없이 지내는 스님 한분이 계셨습니다.

그 스님은 한결같이 도량을 거닐면서 항상 하는 말 한마디가 있었으니 “아 바쁘다, 아 바쁘다” 하면서 다녔습니다. 한번은 송광사에 큰 49재가 들어서 온 대중이 소임에 따라 방아찧고 떡하고 밥하고 나물다듬고 불공드리는데 그 스님은 하는일 없이 뒷짐만 지고 다니면서 바쁘다는 말만 하고 다녔습니다.

스님네들이 “뒷짐지고 다니면서 하는일도 없는데 무엇이 바쁘다고만 하고 다닙니까. 여기와서 콩나물이나 좀 다듬으시라”고 하면 “아이고 나 바빠서 못 다듬는다”고 저리 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스님 별명이 바쁜스님이라고 별호를 내렸습니다. 그 스님 부르려면 ‘바쁜스님’ 하면 다 통했습니다.

단지 그 스님의 소임(사찰에서의 책임)이 하나 있었으니 단체생활로 참선만 하는 큰 방에 장작으로 불을 짚여 방만 따뜻하게 하는 불때는 책임이었습니다. 그 소임만은 한결같았습니다. 한번은 겨울인데 따뜻해야 할 방이 썰렁하여 그 바쁜스님을 찾았습니다. 찾아보아도 없자 스님이 불을 짚이는 부엌문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스님은 불때는 부뚜막에 앉은채로 입적(돌아가심)한 것입니다.

그래서 좌장(坐葬), 즉 곽(앉은채로 관을 만드는 것을 곽(槨)이라고 함)을 짜 만들어 상여를 매고 나무아미타불하며 화장장을 가는데 대중 가운데 농담(弄談장난으로 하는 말)도 잘하고 거침없이 말하는 스님이 있었던가 “어이 자네 만날 바쁘다고만 하더니 지금도 바쁜가?” 농투로 말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조금 있었는데 곽 속에서 ‘쿵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곽 밖으로 한팔을 쑥 내밀면서 안녕이라는 손사래를 치면서 “아나 친구야 여기에 바쁜 소식이 있다” 소리를 내면서 손을 마구 흔들었습니다. 이런 광경을 보자 상여나가는 모든 대중스님과 따르는 신도분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면서 “돌아가신 분이 이럴 수가 어디 있겠느냐”며 온 대중이 화들짝 하였습니다.

장례식을 다 마친 뒤 송광사에 가장 큰스님인 방장스님의 법문(설법) 말씀에 “이 바쁘다고 말을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은 사중행사나 풀을 뽑고 농사를 짓고 청소하는데 바쁜 것이 아니고 마음공부, 즉 불교에서는 본인의 생사대사(生死大事)를 해결하는데 염불하고 참선하는 내면적인 일에 바빠하신 것입니다. 대중스님들도 사중에 잡다한 일들이 많고 경을 읽고 참선을 하는 것도 진정한 자기의 죽고사는 일 ‘웰 다잉’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다른 사람에게 페 끼치지 않고 다음 세상을 맞이 할 것인가를 해결하는데 바빴다는 뜻입니다”라고 설법하셨습니다.

현대를 사는 모든 이들도 많은 일, 즉 학생이면 학생, 주부면 주부, 직장인이면 직장인, 다 각각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한템포 느리고 여유롭게 자기의 마음가짐도 살피면서 세상을 살아간다면 강박관염, 우울증, 공황장애 등 모든 스트레스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세 이 세상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치열한 생존경쟁의 전선에서 누구나 다 바쁜생활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 잠자리에 들기 전 10분 정도라도 자아(自我)를 되돌아 봐 진정으로 바쁜 것이 무엇인가를 살피면서 금년의 무거웠던 짐일랑 다 벗어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 한다면 희망찬 새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