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는 지난 5월 10일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의 50%를 정부에서 일괄 지원하는 것을 내년 말부터 중단하고 지역가입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 특별법에 따라 지역가입자 보험료의 50%를 국가예산(35%)과 건강증진기금(15%)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이 법이 만료되는 내년 말부터 이 지원을 차등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침이 사실이라면 현재 건강보험에 대한 기본적 현황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란 지적이다.
그 배경을 ‘지역가입자 중에는 재벌이나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지만, 이들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04년말 현재 15만여명 중 86%인 12만9천여명이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는 등 지역에서 직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대표적 고소득전문직종인 의사의 경우 협회등록인원인 8만9천여명 중 8만5천여명인 95% 이상이 직장에 가입해 있으며, 협회에 등록만 되어 있고 타 분야에서 활동하는 숫자를 감안하면 대부분의 의사가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참고로 변호사는 94.5%, 회계사는 98.7%, 세무사는 91.5%가 직장가입자이다.
저소득층으로 분류 가능한 30등급 이하의 지역가입자 67%의 평균보험료는 26,000원이나 건당 본인부담 입원의료비는 53,000원으로 저소득층 월보험료 50%를 지원하더라도 지원효과는 극히 낮다. 또 전체가입자 하위 40%의 본인부담보험료를 지원할 경우 국고지원총액은 현재의 1/2수준으로 감소할것이며, 지역가입자의 67%에 대해 본인부담보험료의 50%를 지원할 경우는 국고지원 총액은 현재의 1/3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다. 보장성 70% 수지균형을 전제로 국고지원 대상계층을 제외한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187%인상이 필요한 것이다.
건강보험 원리는 보험료 지원이 아닌 질병에 의한 의료비를 보장하는 것이다.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는 가입자의 부담능력을 감안하여 설계하였고 부과체계의 보완을 위해 경감제도 및 결손 등 저소득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보험료를 직접 지원할 경우 소득과 계층에 따라 대상을 구분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기가 곤란하는 등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부정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리고 직장가입자도 월 2만원 이하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세대가 55%인데 월 급여로 보면 1백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가입자에 대하여서만 소득에 따라 국고를 차등지원 하겠다는 것은 계층간, 직역간의 보험료부담 형평성을 완전히 깨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역가입자 보험료의 50% 정부지원을 현행의 일괄지원에서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직장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사항이 아니며 농어촌 지역과 하위계층 등에 대해서는 현행처럼 국고지원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