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이란 누에가 짜낸 실을 가지고 만든 천으로 영어로는 실크(Silk) 한자로는 견(絹) 그리고 천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명주라고도 한다.
비단은 우리 인류 역사에서 최고의 직물이자 사치품으로 여겨졌다. 피부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과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속성을 지녔고, 가볍고 아름답고 부드럽고 게다가 상당히 질긴 편이다. 지금이야 아무나 입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金에 필적하는 고급 물자로 신분이 높은 왕족과 귀족만이 비단 옷을 입을 수 있었다. 물론 가격도 무척 높고 희소가치 덕분에 교역 상품으로 이용되거나 화폐의 기능을 대신하기도 했다.

비단은 그 성질대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또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사대부 집안 여자는 물론 이름 있는 기생들도 비단으로 옷을 입고 권세와 미모를 나타냈다. 조선 세종의 형이 되는 양녕대군은 평안도 지역으로 유람을 떠났다가 평양에서 유명한 丁香이라는 기생을 만나 사랑에 빠진 얘기가 전한다. 이별을 하는 날 눈물을 흘리는 정향의 비단 속치마 폭에 아쉬움을 시로 남긴다. ‘밝은 달이 비단으로 만든 우리의 베개 속을 엿보는 것도 미운데 새벽바람은 어이하여 신방을 가린 비단장막을 걷어 버린단 말인가.’ 애끓는 아름다운 사랑을 비단 종이에 적어 증표를 남겼다. 비단 속에 숨겨진 사랑의 눈물이다.

비단의 아름다움은 사치를 불러오기도 하였다. 국력이 강해진 로마의 귀족들은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었고 이는 사치문화의 발달로 이어졌다. 로마인이 비단을 처음 본 것은 기원 전 1세기에 있었던 파르티아와의 전투였다. 생사를 오가는 전투 속에서도 파르티아 인들이 입고 있던 중국의 비단이 로마인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이었다. 이때부터 로마는 중국으로부터 비단을 수입하기 시작하였다.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중국 비단에 대한 로마인들의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험난한 사막을 지나 중국에서 로마에 이르는 ‘실크로드’가 개척되었다. 로마는 비단 수입의 대가로 중국에게 銀을 제공했다. 따라서 비단의 인기가 높아지자 중국으로 유출되는 銀의 양은 점차 늘어나고 로마제국 내의 銀은 줄어들고 있었다. 결국 로마의 재정은 이를 감당해내지 못하게 되자 은화에 구리를 섞기 시작했고 은화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졌다. 결국 화폐 인플레와 물가 상승으로 로마의 경제가 무너지고 로마는 패망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비단의 사치가 국가를 망하게 한 눈물의 원인이 된 사례다. 

지난번 宋의 눈물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지만 중국의 송나라는 주변국들에게 고가품의 비단과 은을 제공하여 국가의 안보를 담보 받았다. 국가의 안보를 강력한 군사력 대신에 돈으로 보장받은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의 송나라는 武官들의 정변으로 건국되었기 때문에 언제든 또 다시 무인에 의한 정변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아예 文治主義를 선택했다. 武官이 담당하여야 할 자리에도 文官을 임명하였고 문관이 군사를 지휘하는 중문경무(重文輕武)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러한 정책으로 송나라의 문화는 발전했지만 국력은 갈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송은 중국 역대 왕조 중 단 한 번도 외국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굴욕적인 화친조건을 받아들이면서 국가의 명맥을 유지하였다. 북쪽 요나라에는 매년 비단 20만 필과 은 10만 냥을 보내기로 약정하고 평화를 약속 받았다.
한때 名將 악비가 금나라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하기도 했으나 악비에게 모반죄를 뒤집어씌워 죽이고 금나라와 강화 조약을 맺는다. 강화의 조건은 매년 비단 25만 필과 은 25만 냥을 제공하는 것으로 매우 치욕적인 것이었다. 이런 노력 끝에 망하지 않고 140여년을 더 지속하지만, 결국 금·송 모두 몽골에 의해 멸망하고 만다. 백성들의 피땀으로 만든 비단을 적국에게 바쳐가며 구차하게 평화를 구걸했지만 그 비단도 눈물의 비단이 되었다.

고려는 광종 때 송나라와 국교를 맺고 바닷길을 이용하여 金銀과 인삼 등을 수출하였고 송으로부터는 비단과 약재, 서적, 악기 등을 수입하였다. 송나라가 고려와 친선관계를 맺게 된 까닭도 고려의 힘을 빌려 거란과 여진을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송나라와 친교 덕분에 고려는 송나라부터 발달된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고려가 송나라 편에 서자 송을 굴복시킨 요나라가 3차에 걸쳐 침입해 왔다. 그러나 고려는 서희의 담판으로 강동 6주를 돌려받았고  마지막 3차 침입에서는 귀주에서 강감찬 장군에게 대패를 당하고 돌아갔다. 일부 역사가들은 당시 승전파티를 송의 수도 개봉에서 열었고 고려가 송나라까지 속국으로 관할하였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不戰而勝을 강조했다. 이것은 적이 감히 나를 넘겨보지 못하는 강한 국력을 가졌을 때 가능한 것이다. 로마는 비단의 사치로 망했다. 송나라는 비단을 팔아 만든 비용으로 막강한 국력을 키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의 피땀으로 만든 비단을 적국에 바쳐 평화를 구걸했다. 설사 평화를 구걸하는 비용 이상으로 군사력 증강 비용이 소요된다 하드래도 국가의 안위와 자존심을 살리고 백성의 눈물을 거두어들이기 위해서라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