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이웃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느끼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사랑의 온도계’가 되고 싶어 한 것인데 이렇게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지난 4일 화순리조트에서 열린 전남진료원 정기총회에서 350여 진료인들이 선정하는 봉사상을 수상한 정덕순 대전 성산보건진료소장(53, 사진)의 소감.
정 소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봉사’ 하면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아가 빨래를 하는 등 궂은 일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다”며 “시간을 내기 어려운 분들은 후원 기금을 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영화제나 연극제 같은 데서도 얼마든지 봉사활동의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봉사활동의 영역이 의외로 넓다는 것이다.
정 씨는 "공직에 임하면서도 할 수 있는 봉사 방법을 모색하다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분야부터 봉사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며 "쉽고 재미있는 일부터 봉사를 시작하면 봉사 전반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육체적인 분야든 정신적인 분야든 봉사활동도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된다"고 봉사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정씨는 지난 84년 용면 용연 진료소에서 어려운 이들의 벗이 된 것을 시작으로 대전 성산진료소장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감싸 안아주며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는 등 의료 행정의 일선에서 본분을 다함은 물론 업무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된 독거노인의 밑반찬 제공 및 다정한 말벗이 되어주었다.
특히 수년전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장수사진을 마련하지 못한 80여명에게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사진과 함께 사진틀을 사비를 들여 마련해 준 일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들로부터 고마움을 받고 있을 정도로 정씨의 봉사는 각별하다.
이처럼 봉사를 몸소 실천해온 그이기에 "봉사를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면 봉사활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자신의 시간을 어딘가에 할애한다는 생각보다 그 일을 같이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는 말이 신뢰감을 더해준다.
그는 또 전업주부나 퇴직한 사람들도 자원봉사를 시작하라고 적극 권장한다. 아이들이 자라 자신의 품에 늘 매달리던 일이 없어진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정신적 공황 상태를 겪게 되는데 자원봉사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시켜주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정씨가 이렇게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광주공고 교장으로 2세 교육에 전념하고 있는 남편의 외조와 봉사의 길을 걷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자라 미래의 히포크라테스를 꿈꾸며 현재 전남대 의대에 다니고 있는 아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자신을 봉사의 길로 이끈 것은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정 소장은 "아직 우리나라의 봉사 참여율은 미미하지만 1%의 나눔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길은 주택가의 골목길처럼 의외로 많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