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話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옥황상제가 12간지의 순번을 정하기 위해 모든 동물들을 옥황상제 앞에 모이도록 했다. 그중 소는 걸음이 늦은 탓에 다른 동물들보다 일찍 출발해 맨 먼저 옥황상제 앞에 도착했으나 소등에 몰래 타고 온 쥐가 결승점에서 먼저 뛰어내림으로써 1등을 놓쳤다고 한다.
소는 예로부터 부지런한 짐승으로 알려져 있으며 살아생전에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고 죽어서도 모든 것을 사람에게 주고 가는 희생정신의 표상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박춘식 군의회 의장. 한마디로 그를 표현하자면 우직한 듯 하지만 믿음직스러운 소 같은 사람이다. 자신이 그러하듯 그는 소를 애지중지 키우는 지역의 대표적인 축산인이다. 항상 자신을 "소장수"라고 표현할 정도로 소에 대한 애정 또한 강하다.
뜨거운 차 한잔이 식을 즈음 그가 말문을 열었다. "생각해보면 제가 세상을 헛되이 살지는 않았나 봅니다. 남을 끌어내리기에 바쁜 세태 속에서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보면서 세상사는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일찍부터 차기 군의원 선거에 불출마 할 뜻을 밝혔다. 그런 그를 지역민들이 가만 놔둘리 없었다. 지금 월산면 일각에서는 박의장의 뜻과는 상관없이 다시 의회로 보내야 한다는 추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완고하다. 의원은 두 번이면 족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4일 실시된 축협 이사 선거에도 불출마 할 뜻을 피력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매일같이 찾아와 출마를 권유하는 조합원, 대의원, 축협 임직원들의 등쌀에 배겨나지 못하고 결국은 뜻을 굽히고 출마키로 했다.
"축협은 저의 분신이나 다름없습니다. 5대에 걸쳐 20년 세월동안 이사직을 수행 해오면서 기쁨과 애환을 함께 나눈 곳이죠. 사실 축협을 떠나려고 마음먹으니까 섭섭함이 이루 말 할수 없더라구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생각을 바꾸게 된 동기가 여기에 있다.
그는 이번 축협 이사 선거에서 다시 당선되면서 전국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6선 이사가 됐다.
지난 2003년 여름 어머니를 여의고 시름에 잠겨있던 박의장을 위로차 방문했다가 우연히 모 언론사에 근무하는 20년지기의 지인을 만나게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결이 되지 않는 이들 사이를 캐묻다가 지인으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됐다. 사연은 이러했다. 약 20년 전 지인이 살고있던 광주 집에 불이 나 오갈데 없이 길거리로 나 앉게 됐다고 한다. 그때 생면부지인 박의장이 찾아와 현금 50만원을 건네주면서 위로를 해주었다고 한다.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같은 동네 사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심정에 찾아왔다는 그가 조그마한 방이라도 얻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당시로서는 거금인 50만원을 선뜻 건네주고 갔다는 것이다. 이후 그 지인 내외는 한해를 거르지 않고 명절때면 찾아와 문안인사를 올린다고 했다.
그의 나이 올해 58세, 환갑을 눈앞에 두고있지만 지금도 지역사회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의원으로, 소를 키우는 농부로, 처자식을 거느린 가장으로 마치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소와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느긋함을 담은 어미소처럼... /한명석 局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