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을 비롯 장성, 광주지역 2,300여㏊의 농경지에 농업 용수를 공급하는 광주호 둑 높이기 공사가 지난해 착공 후 1년이 넘게 지연되면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농어촌공사는 댐 시설이 노후한 데다 기후 변화로 인한 집중 호우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수ㆍ보강이 절실하다는 입장이지만 문화재청은 둑을 높여 만수위가 올라가면 식영정 등 주변 문화보존지역 침수가 불가피하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특히 농어촌공사의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최근 명승으로 지정예고된 환벽당 조대와 용소를 비롯해 진입도로까지 물에 잠기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1976년 준공된 광주호는 시설이 노후하고 정밀 안전진단 결과 홍수 방어능력이 극히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당시 설계에는 최근의 급격한 기후 변화가 반영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지성 집중호우 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물이 넘쳐 댐이 쓸려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농어촌공사는 총 사업비 489억원을 확정받아 지난해 4월 진도 6.3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하고 제방 본체 높이를 높이는 광주호 보수ㆍ보강 공사에 착공했다.

이와관련 농어촌공사 담양지사 관계자는 “준공된 지 37년이 경과한 광주호는 시설이 노후화했고 최근 국지성 집중호우 등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취약해 보수보강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주호 둑높이기 사업은 사업 초기부터 진통을 겪었다.

댐 주변 주민들은 재해예방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사업 추진을 요구한 반면 시민단체, 학계 등은 광주호 상류에 위치한 문화재와 자연경관 훼손을 이유로 사업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지역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농어촌공사 측은 사업계획 일부를 조정하고 각종 협의회와 토론회, 주민 설명회 등을 열어 주민들의 이해 관계를 어렵사리 조정했으나 문화재청의 사업불허로 다시 제동이 걸린 것.

문화재청은 최근 문화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농어촌공사가 신청한 '광주호 둑 높이기 사업 문화재 현상 변경 허가 신청'에 대해 불허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불허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둑 높이기 사업이 완료되면 광주호의 만수위가 지금보다 1.1m가량 높아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식영정(명승 제57호)과 충효동 왕버들(천연기념물 제539호), 환벽당(광주광역시 기념물 제1호) 등 반경 500m에 지정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 침수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농어촌공사는 문화재 훼손 우려가 없다는 객관적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 용역을 한 뒤 문화재청에 사업 허가를 다시 신청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번 광주호 둑 높이기 공사는 노후된 기존 댐을 보수 및 재개발하여 안전한 물그릇을 확보 하는 사업으로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1,737만㎥에 불과한 담수능력을 2,326만㎥으로 589만㎥을 늘리는 사업이다./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