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농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을 가슴깊이 인지하고 이를 행동에 옮겨 시장을 움직 일수 있는 힘을 비축한 것 자체가 크나큰 결실일 것입니다"
무정산지유통전문조직이라는 거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병언 회장(45, 무정면 동강리)의 농사철학이 담긴 말.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번씩 경험하는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흙과 동반자 생활을 한 것 도 어언 20여년.
일반 농가들이 농사짓는 것처럼 대동소이한 방법으로 농업에 종사하다 보니 느는 것은 농가부채와 한숨소리, 그리고 살농의 정책을 편 농정에 대한 불만이었다.
모든 농민들의 불만이기도 하고 서너명만 모여도 '농사짓기 힘들다'는 자조섞인 좌절감이 팽배했던 시절 최씨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을 아스팔트 농사에 투자해 얻은 것은 오직 하나.
생산자인 농민들 스스로 생산 기술을 향상시켜 경상비를 절감하고 유통에 직접 참여해 시장 경제의 흐름을 읽고 이를 다시 생산에 접목시키는 것만이 위기의 농촌에서 탈출하는 길이며 부농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또한 농민을 위한 농협이 신용사업에 치중, 경제사업에 소홀한 것을 개선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농민들과 함께 작목반을 결성하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구매에서 판매까지 실천한 것이 5년이 지날 정도로 꾸준히 지속하고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지유통전문조직을 태동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공동선별, 공동판매, 공동정산의 산지유통전문조직을 발족시킬 당시만 해도 과연 잘 될 것인가? 하는 주위의 우려는 물론 공산주의적 발상같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뤘지만 이 길만이 앞으로 살길이며 유일한 대안이라는 믿음으로 회원들을 다독거리며 기틀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위해 양액재배와 사질토양·점질 토양 재배의 3개 분임반을 편성하고 매월 정례회를 통해 회원들 스스로 연구하고 토의하며 발생한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하는 자립심을 배양토록 하는데 전념한 것이 결과들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농가별로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품질의 상향 평준화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농사기법과 친환경농자재에 대한 검수도 까다로워 다수 농가의 시험재배 및 사용을 통해 농자재의 특성을 정확히 인지한 후에 전 회원들에게 이를 보급하는 한편 같은 자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권장함으로써 균일한 고품질 농산물 생산의 기반을 갖추었다.
또한 애써 기른 농산물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위해 선별 과정에 신경을 써 공동선별장에서 엄격한 검사를 통해 상품과 중품만을 엄선, 시장에 선보여 무정산지유통전문조직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한편 고품질 농산물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마케팅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회원들을 대상으로 산지유통전문조직 주관으로 토양 및 비료에 대한 교육을 실시, 잘못 알고 있는 농업 상식을 올바르게 잡아주고 수시로 주위 농가들과 사랑방 좌담회를 통해 농업정보를 교환하는 한편 우의를 다지고 있는 것도 최 회장의 중요한 일과중의 하나이다.
이같은 노력들이 성과물로 나타나고 있는데 시장에서 무정산지유통전문조직 상표만 보고 구매할 정도로 신뢰를 구축하고 있고 올해의 경우 농가당 5000만원의 조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회원들과 뜻을 같이 하려는 신규농가들의 참여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할 일 없으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하는데 실제 영농에 종사하고 있는 최씨의 생각은 남다르다. 농사는 엘리트들이 농업에 뛰어들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과학영농, 시장개척 방법, 유통의 선진화, 농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젊은 농가부터 스스로 배우고 익혀 이를 고령 농가에게 전파하는 것도 농민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수도작 7000평, 방울토마토 800평, 멜론 1400평의 농사를 부인 양순자씨와 함께 땀흘려 일하고 있는 최씨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토양관리이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토양 관리하면 땅에 퇴비를 얼마나 공급하는 것이 주류를 이뤘는데 자식처럼 정성을 쏟은 토마토들이 시름시름 시들어 가는 원인이 비분 과다인 것을 알고 난 후부터는 정식전 금비 시비를 전면 금지하고 토양 검사를 통한 유기물 함량을 조사해 부족한 것만 보충함으로써 수확량이 증대, 농업 소득 증대라는 꿈을 이루었다.
최씨는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는 동안 수많은 좌절과 역경이 있었지만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모두가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