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담양향우회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맡아 동분서주하며 살아온 지가 6년이다. 6년이란 시간이 결코 짧다고 할 수는 없다. 시간이 긴만큼 할 말도 많다. 그런데 그 긴 시간 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가. 되돌아보니 마냥 시간만 보내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6년 전 내가 향우회장을 맡았을 때, 그때의 향우회는 이름만 있을 뿐 전혀 활성화가 안 된 상태였다. 향우회에 참여하는 향우들도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는 많은 향우들이 참여하는 향우회를 만들자고 일차적인 목표를 세웠다.
많은 향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마를 맞대고 정담을 나누다 보면 그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고향을 위해 어떤 보탬이 될 것인가 하는 건설적인 의견도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우선 읍면별 향우회를 결성하는데 주력했다. 서울의 한복판 세종문화회관에서 담양이라는 이름을 걸어놓고 대대적인 전체 향우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향우회를 개최하자 나를 아는 타 지역 사람들은 담양이 그럴 정도로 위대한 지역이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 담양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싶었다.사업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이런 일에만 열을 올리니까 주위사람들이나 가족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맡기도 했다. 옷이 나오느냐, 돈이 나오느냐 하면서 적당히 하라는 충고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재경향우회가 활성화 된다면 그 힘이 고향 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향우회가 활성화 되다 보니, 자원봉사를 하는 회원들도 많아졌고 자발적으로 물질적인 협조을 해 주는 회원들도 나와서 향우회의 살림도 조금은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고향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 때도 많은 회원들이 동참하게 되고, 어떤 때는 고향 행사에 참여하겠다는 회원수가 예상보다 많아져 불가피하게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회장을 맡은 나로서는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이처럼 향우회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은 내 나름의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비교적 다른 향우와 비교해서 고향을 자주 찾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향의 형편이나 고향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어느 향우보다도 소상하게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고향에는 아직도 코 흘리게 어릴 적부터 형이야 아우야 하면서 지내던 사람들이 오늘도 고향을 든든히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상황이야 어쨌든 고향을 지키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보다 더 애향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에 대한 고마움은 그 무엇으로도 보답할 수가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그들을 찾아가 웃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슬퍼해 주기도 하는 것이 나를 길러 준 고향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재경향우회를 활성화 시키는 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부한다. 이제 새롭게 출범한 향우회 집행부는 이를 토대로 하여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고향 사랑을 위한 사업을 전개해 나가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신임 용승일 회장은 평소에 내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후배이다. 나보다 훨씬 더 잘 해서 재경담양향우회가 전국 으뜸의 향우회로 만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 부딪쳐 있는 농촌인 우리 담양을 위해 물신양면으로 보탬이 되는 일들을 많이 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나간 6년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시절로 저절로 신이 나서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미루고 설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때로는 너무나 힘겨워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고 나니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또한 다시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욱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미련도 남는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어떤 단체의 책임이든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을 때 마다하지 않고 뒤짐 지고 서 있을 것이 아니라 다소의 손해나 불이익이 있더라도 앞장을 서는 것이 진정한 봉사의 자세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