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앞둔 퇴직 예정자의 사회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공로연수 제도가 본뜻과 동떨어지게 운용되고 있어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인사적체 해소와 조직활성화 등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이 취약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로연수는 지난 93년 시행된 행정자치부 예규(공로연수 운영지침)에 따라 정년이 임박한 공무원들에게 사회적응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6개월에서 1년동안 출근하지 않아도 급여를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연수라고 해야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 유관기관에서 일정기간 교육을 받거나 국외연수, 민간연구기관이나 특수대학 등에서 1주일 정도 받는 것이 고작이다.
그나마 강제성도 없어 집에서 소일거리를 하다 연수기간을 보내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는 실정.
이에 따라 공직 내부에서조차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후진에게 길을 터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런 목적이라면 명예퇴직 등 다른 길을 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근로자는 근로의 대가를 제공하지 않으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과 달리 공직자는 공로연수기간 동안 '놀아도 봉급'을 받을 수 있어 '과도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평생동안 공직에 몸담아 온 공무원들이 사회에 나가 자신의 적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거나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로연수에 들어갈 A씨는 "노는 데도 봉급을 준다는 데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공로연수제도의 도입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부동산 강좌, 사회봉사 프로그램 소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며 공로연수 본래의 취지에 맞도록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시 공로연수를 앞두고 있는 B씨는 "공로연수는 당사자들의 침묵, 이를 당연시 여기는 인사권자, 진정으로 도움이 주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정부가 빚어낸 기현상" 이라며 "정년을 앞둔 공직자를 '퇴직 대기' 시킬바엔 차라리 정년을 줄이거나, 명목적인 퇴출제도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