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눈먼 돈으로 전락한 농림보조금에 대해 고강도 처방전을 내놓았다.

중복·편중·특혜지원에 따른 폐해를 뿌리뽑기 위해 보조사업 10년 이력제를 꼼꼼하게 추진하고, 직접 보조보다는 융자 확대로 농정의 큰 물줄기를 틀기로 했다.

또 행정기관과 농업인 간 공동등기 제도나 지분참여 형태의 출자방식 도입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전남도는 최근 배용태 행정부지사와 농림 분야 관계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농림보조금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道가 2월 중순부터 한 달 남짓 22개 시·군 중 16개 시·군을 대상으로 최근 6년동안(2007∼2012) 농림보조사업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보조금이 중복·편중·특혜 지원되거나 지원시설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104건의 크고 작은 위반 사례가 적발된 데 따른 것이다.

道는 농림보조금의 체질개선을 위해 10년 이력제를 강력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매년 심사평가 과정에서 최근 10년 이내에 보조금을 받은 적이 있는 농업인이나 영농법인은 후순위로 배정하고 편중지원은 철저히 금지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최근 10년간 보조금 지원자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이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보조금 위주에서 융자위주로 정책선을 전환키로 한 점도 특징이다. 보조금은 연간 4200억원 규모에 이르는데 친환경 농축산업과 가족농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지원하되, 품목별·들녘별 생산자 조직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과 규모화·기업화를 통한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정책자금과 자체 기금을 이용한 저리융자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농어촌진흥·녹색축산·친환경농업 등 道 자체 3대 기금과 농업종합자금 규모를 지난해 1,865억원에서 올해 3,220억원으로 확대하고 이자도 3대 기금은 2%에서 1%로 낮추고, 농업자금 이자차액 보존율도 2%로 늘려 농가부담은 1%로 줄이기로 했다.

자체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에도 행정력을 모으기로 했다.
우선 보조금을 받은 공동이용시설 등 특정재산은 임의처분을 예방할 수 있도록 관리기관과 공동등기하거나 부기등기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다. 공동이용 가공·저장·유통시설 등이 대상이다.

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나 자금 확보가 어려운 농업경영체에 대해서는 지분참여 형태의 출자방식으로 지원해 건실한 창업과 안정적 경영이 될 수 있도록 국회나 정부를 상대로 현행 보조금 관리법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와관련 전남도 관계자는 “농업은 생명산업이자 안보산업이므로 미래를 보고, 지속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확대돼야 하고, 제도상 문제점과 잘못된 관행은 바로 잡아야 한다”며 “특히 농림사업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사후관리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발등의 불”이라고 말했다./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