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증을 내주면서 절차를 허술하게 해 결국 농가들만 피해를 봤다는 농민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

담양 쌀농가의 친환경 인증을 무더기로 취소해 논란을 빚었던 전남대학교 친환경농산물인증센터가 오히려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한 것.

최근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친환경농산물 인증 기관인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친환경농산물인증센터에 대해 업무정지 4.5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친환경농산물인증센터에 대한 감독기관인 품관원은 이 기관에 대해 친환경농산물 인증 또는 인증유효기간 연장 신청서의 접수·심사·승인에 관한 업무를 정지시켰다.

품관원 본원과 전남지원은 지난달 13일부터 3일간 전남대 친환경농산물인증센터에 대한 실태점검을 진행했고 행정처분에 대한 센터 측의 의견진술을 청취한 뒤 이같은 중징계를 결정했다.

품관원 측은 이 센터가 담양군 친환경 쌀 인증을 내주는 과정에서 서류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인증과정에서 책임을 물어 이같은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월 영농일지를 부실하게 작성했다며 1,047개 담양 쌀농가의 친환경 인증을 무더기 취소했던 전남대 친환경인증센터에 대해 농가들은 센터가 인증 과정을 허술하게 진행해 자신들이 피해를 봤다며 크게 반발했었다.

이에대해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의 한 관계자는 “전남대 친환경인증센터는 친환경 인증을 하면서 농산물 시료를 인증심사원이 직접 채취해야하지만 신청농가가 제출한 시료를 그대로 사용해 왔다”면서 “또 전체 농가 중 일부 농가를 뽑아 진행하는 표본 심사 과정에서도 적합 농가들을 미리 골라 조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문제가 됐던 영농일지 등 자료 조사에서도 확인이 미흡했던 사실도 지적됐다.
이에 전남대 친환경인증센터는 감사 결과에 대해 사실은 인정하지만 신청 농가의 수가 많아 검사가 어려웠고 규정도 불분명해 오해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담양 쌀농가들이 주장했던 인증 센터의 인증 과정 허술이 사실로 드러난 것.

이처럼 전남대 친환경인증센터에 대한 감사 결과 중징계가 나오면서 친환경 인증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업전문가들은 특히 친환경 인증절차에 있어 벼농사와 타 작목은 근본적으로 접근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령 채소류, 과일류 등은 개별 농가별로 모든 작업이 진행되며, 이 때문에 개별 영농일지를 토대로 농가별 평가를 통해 친환경인증 절차를 추진한다.

이와는 달리 벼농사의 경우 친환경농업단지를 조성해 마을이나 들녘단위로 농작업을 한꺼번에 진행, 친환경인증 또한 단지별로 집단인증을 신청하기 때문에 단지대표들이 기록하는 영농일지 이외에 개별농가의 영농일지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광역단위로 농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농가별 작업일정이나 내용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즉, 영농일지 등 서류도 중요하지만 재배과정에 대한 모니터링과 잔류농약검사 등 후속조치를 강화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담양지역에서 문제가 된 농가 가운데 몰래 농약을 살포하는 등 부정행위가 있었던 농가는 한곳도 없으며, 인증업체 또한 농가들이 친환경인증기준을 준수하며 농사를 지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관련 군 관계자는 “벼농사는 타 품목과 달리 집단화·규모화가 친환경농업의 전제조건”이라며 “이런 이유에서 담양군도 생물농약이나 미생물제제 등을 이용한 광역방제, 왕우렁이 공급 등을 대대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또 “실의에 빠져있는 농가들이 다시 친환경농업을 열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그동안 군 차원에서 이뤄지던 지원은 올해에도 모두 유지할 것”이라며 “인증기관은 물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