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와 자물쇠’
미셜이 쓴 책이름이다. 그는 1924년에 태어난 현대 프랑스 소설계의 대표작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말은 ‘열쇠는 그저 자물쇠를 이용하는 법만 알 뿐이며, 자물쇠는 오로지 열쇠를 받아들이는 방법만을 알 뿐이다.’

요와 철은 조합을 말할 때 가장 단순하며 가장 극대화한 표현이다. 요와 철은 그것들이 제대로 딱 맞아들 때에는 한치의 삐그덕거림도 없다. 요와 철 중 어느 한쪽이 너무 크거나 너무 넓어도 그것은 조립되지 않는다. 요와 철중 어느 한편에 홈이 있거나 혹이 있어도 언젠가는 허물어지기 쉽고 언젠가는 부조화를 이뤄내고야 만다.

동양의 여러 신비 중 오양음행에 대한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참 신기할 때가 많다. 양의학이 판을 치는 이 시대에도 그것들이 존중받고 얘기될 때는 어느 정도 과학적 근거를 사람들이 많이 찾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가 유럽 사람들이 그 비슷한 이야기를 할 때면 더욱 재미나고 신이 난다.

미셜의 ‘열쇠와 자물쇠’는 어떤 의미에서는 동양적 생각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서 ‘섹스’라고 이야기할 때에는 성교 그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성교는 물론이고 전희와 성교 이후의 모든 매너를 포함하는 것이다. 더구나 상대를 이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고 보이는 행동, 즉 상대에게 은근히 바라보거나 은밀한 마음으로 접촉하는 것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의미가 바로 섹스이다.

우리는 가끔 자동차 키를 잃어버리거나 아파트나 사무실키를 잃어 버리면 아주 당황하게 된다. 내 주머니의 다른 키를, 옆 집이나 옆 사무실의 다른 키를 급히 넣어보지만, 맞지 않으면 자물쇠는 꿈적조차 하지 않는다.

마침내는 다른 식구를 기다리거나 열쇠수리공이 해결사가 된다. 결론은 맞지 않는 열쇠로는 자물쇠가 열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부조화, 보통은 궁합이라고 한다. 때론 속궁합이라고 작게도 이야기를 하지만, 서로가 아예 안 맞는, 즉 새 열쇠와 새 자물쇠가 필요없는 대부분의 사람은 적당히 다 맞춰지게끔 조물주가 만들어 놓으셨다.

특히 직접 성교하기 전에 행하는 전희는 상대에게 ‘워밍업’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육체적 준비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더구나 오르가즘을 상대와 일치시키기 위해선 분명히 있어야 할 성적 행동이다.

그런 배려와 따스함 속에서 서로의 육체에 대한 ‘확인절차’는 서로에게 서로의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주어서 조그마한 요철의 뒤틀림정도는 커버해줄수 있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즉 열쇠는 자물쇠를 통해 안정과 평화를 얻고, 자물쇠는 열쇠를 통해 자유와 편리함을 얻게끔 해 두셨다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자물쇠는 통쾌한 소리와 함께 열려지고, 그 자체가 조화롭고 아름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