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일선 시·군의 농림사업 보조금이 중복·편중 지원되거나 특정 사업체가 이를 '독식'하는 등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지자체 농림보조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보조금 지원시설 등에 대한 사후관리도 엉망이어서, 휴폐업 속출은 물론 이를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리는 등 도덕적 해이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에 따르면 함평·구례·화순·곡성·장흥 등 5개군의 최근 6년간(2006-2011) 농림 보조사업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 65건의 위반사례를 적발해 6억여원을 회수하고 66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또는 훈계조치를 내렸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화순군의 경우 이 기간 동안 전체 7102곳 농가 가운데 1374곳의 농가가 보조금을 지원 받았다. 이 중 237곳의 농가가 2~3회씩 중복지원을 받았으며, 심지어 4~5회씩 지원을 받은 농가도 각각 29곳, 45곳이나 됐다.

구례에서도 보조금을 타낸 2504곳의 농가 중 각각 75곳과 25곳의 농가가 4~5회 이상 편중 지원을 받았다. 함평이나 장흥, 곡성도 사정은 비슷했다.

특히 함평의 모 농업경영인단체 부회장의 경우 조사료 생산장비 등 명목으로 23회에 걸쳐 11억원의 보조금을 타냈으며, 화순 모 영농법인 총무이사와 장흥 모 영농조합 대표도 각각 12회, 9회에 걸쳐 22억원과 17억원의 보조금을 챙겼다.

영농조합법인 등에 대한 특혜지원 사례도 부지기수로 적발됐다.
구례 모 영농법인의 경우 출자지분이 7000만원으로 지원요건인 1억원에 미달되고 조합원 7명 가운데 4명이 가족인데도 12억원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특히 화순의 한 영농법인은 법인 설립 1년이 채 안된데다 법인대표가 사기죄 등으로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을 선고받은 부적격자임에도 3억5000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보조금 사업추진과 정산도 엉망이었다. 보조금을 지원받아 시설한 건축물 등을 멋대로 농협 등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한 사례도 함평 13건, 곡성 5건 등 26건이 적발됐다.

한편 이같은 소식을 접한 주민 박모씨(55세)는 “농업보조금은 장기 저리 융자와는 달리 갚을 필요가 없어 먼저 챙겨가는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이라며 “관청 로비 잘하는 ‘정치 농민’이 보조금을 독차지하고 정작 형편이 어려운 빈농·영세농은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도는 보조금 사업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몰아주기' 등 특혜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농림보조사업 통합(이력)관리 시스템'을 조기 구축키로 했다.

이를 통해 보조금 사업자를 공개, 투명성을 높이고 중복. 편중 사례 적발시 보조사업비 축소 등 패널티를 적용할 방침이다.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