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가 서울을 제외한 6개 광역시 구청장·군수를 관선제로 바꾸는 내용의 개편안을 의결함에 따라 그동안 잠잠했던 행정구역 개편과 시.군통합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지난 13일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는 제13차 본위원회에서 ▲부산, 대전, 광주, 울산, 인천, 대구 등 6개 광역시 구청장, 군수를 광역단체장이 임명하고 구의회를 폐지한다 ▲서울은 수도 특수성을 인정해 구청장은 민선으로 선출하고 구의회는 모두 폐지한다 ▲부산 중·동구, 수영·연제구, 서울 중구+종로구, 대구중구+남구, 인천 동구+중구 등 총 10개 자치구를 통합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표결을 통해 의결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서울과 광주광역시 등 6개 광역시에 속한 69개 자치구와 5개군 등 74곳의 지방의회가 폐지되고, 서울을 제외한 6개 광역시 구청장과 군수는 광역시장이 임명하게 된다. 단 서울시는 구청장은 지금처럼 선출직이 맡지만, 구의회는 없애기로 했다.

또 주민들의 건의가 있었던 48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통합 찬반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홍성·예산·안동·예천·여수·순천·광양·군산·부안·김제 등은 통폐합 대상으로 정했다.

이같은 개편안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담양군의 광주광역시 통합논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의 광역시내 구청장,군수를 관선제로 전환해 광역시장이 군수,구청장을 임명하고 의회도 폐지하게 된다면, 굳이 담양군이 광주광역시에 편입할 이유가 없게 된다. 편입을 하게 되면, 담양군의회가 없어지고 광주광역시장이 담양군수를 임명하게 되며 이럴 경우 결국에는 담양군의 정체성이 아예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개편추진위원회의 이같은 개편안은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위원회가 이날 지방행정체제와 행정구역을 개편하는 중요 안건들을 본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고, 참석위원 과반수를 넘지 않은 의결로 지방행정 체제개편 특별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행정 효율성만 내세워 서울은 민선 구청장을 선출하도록 하고 광주 등 6대 광역시는 관선제로 전환해 서울 중앙집권 논리와 지방차별 이라는 시대착오적 발상 논란과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울러 이번 위원회의 결정은 정치적 구속력이 없을뿐더러 당장 실현되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추진과정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지자체와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얼마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가 국회의 지원을 받아 지방행정개편안을 완료할 것이라는 전망은 현재로서는 불가능 할 뿐더러 위원회의 역할이 19대 국회나 다음정부에서도 지속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지방행정 개편추진위원회가 심의, 의결한 만큼 실행력을 갖고 추진할 경우 이번에 확정한 개편안이 어느 정도의 구속력은 가질 수도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관련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정구역 개편은 문제가 많다. 특히 과거의 관선시대로 돌아가 풀뿌리 지방자치를 퇴보시키는 광역시내 군수, 구청장 임명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위원회는 자치구·군 폐지와 시·군 통합을 포괄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종합기본계획을 오는 6월 30일까지, 道의 개편방안은 2013년 6월까지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정부와 국회가 입법지원을 통해 2014년 지방선거 전에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