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용월태라는 말이 있다. 꽃과 같이 어여쁜 얼굴에 달과 같은 맵시를 지닌 아름다운 여인을 지칭한 말이다.

당나라 현종을 사로잡은 절세가인 양귀비. 그녀의 빼어난 미모에 대해서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절세 미인인데다 가무에도 뛰어났고, 군주의 맘을 끌어당기는 총명을 겸비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시선 이백은 그녀를 활짝 핀 모란에 비유했다.

현종과 양귀비의 러브 스토리 중에서 최후와 관련된 부분이 많은 사람의 아쉬움을 자아내는 것 같다.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키자 황제는 쓰촨으로 도주하던 중 장안의 서쪽 지방인 마외역에 이르렀을때, 양귀비 일족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군사가 양귀비의 친척 오라비인 양국충을 죽이고 그녀에게도 죽음을 강요하였다. 현종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 그녀는 한 불당에서 목을 매어 죽었다.

자기 눈앞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지 못하고 또한 그 죽음을 목격해야 했던 당 현종은 여생을 고통과 회한 속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뛰어난 미인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은 양귀비도 현대에 태어났다면 그다지 탄성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양귀비의 몸매는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비만형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나라 때의 벽화를 보면 여인의 모습은 다른 시대와는 달리 볼이 통통하고 몸매도 볼륨감이 넘치게 묘사되어 있다.

따라서 당대 최고 미인인 양귀비도 그런 몸매를 지니고 있엇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비단 양귀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옛 미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1950년대와 60년대의 미스코리아 모습만 보아도 요즈음 같아서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감히 도전할 수도 없을 신장과 체중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이런 기준이 바뀌게 된 것은 순전히 19세기말 동양에 서구문물이 전해지면서이다. 이때부터 ‘서구적인 것은 뛰어난 것, 동양적인 것은 열등한 것’ 이라는 인식이 확립된다.

여성이고 남성이고 할 것 없이 옷차림부터 서양식으로 바뀌고 입맛이나 문화적 기호 등도 점차 서양화되어 갔다.

조선시대 화가인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에 등장하는 미인은 지금의 미인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갸름한 눈매는 쌍꺼풀 진 큰 눈으로, 오똑하지만 복스럽게 생긴 코는 날을 세워 놓은 듯한 우뚝 솟은 콧날로, 둥그스름한 달덩이형 얼굴은 갸름하고 길쭉한 달걀형으로, 그 기준이 변한 것이다.

몸매도 서구적인 몸매가 아름답고 멋진 것으로 변해갔다. 서구에서 아름다운 몸매란 전통적으로 어떤 개념이었던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면면히 전해져 내려오는 팔등신의 몸매가 바로 뛰어나고 아름다운 몸매가 아니었던가.

따라서 작고 귀여운 동양의 미인들은 서양적 기준에 의해 ‘짧고 몽땅하다’는 관점으로 바뀌어 갔다.

그후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가 되면서 평균 신장은 점점 커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아름다운 몸매의 기준도 점점 더 마른 쪽으로 변해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결국 양귀비와 같은 미인 소리를 들으려면 슈퍼모델처럼 적어도 키 170cm가 넘어야 하는 그런 시대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처럼 길다랗고 빼빼 마른 몸매를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맹목적으로 다이어트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