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리 수매현장 모습

‘개가 제 주인을 보고 짖게 돼야 농사가 풍년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이는 농민이 눈코뜰새 없이 부지런히 논밭에 나가 일을 하게 돼 개가 주인도 못 알아볼 만큼 얼굴이 볕에 타야 그해 농사가 잘 됨을 이르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이렇게 힘들게 지은 농사가 자재비도 못 건질 만큼의 수매가를 받고 있는 현실에 많은 농민들이 좌절하고 있다.

또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유난히 잦은 비와 때 아닌 한파가 닥치면서 그나마 풍년을 기대했던 농민들의 부푼 꿈을 허망하게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지난 2일 담양읍 중앙2호창고 수매현장의 농민들은 갑작스런 추위만큼이나 무거운 표정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꼭 다문 입술에 힘을 줘가며 포대벼 하차작업을 하던 한 농민은 “농사 못 짓겠어요. 내 대에서 이놈의 농사를 끝내야지. 자식에게 까지 이 허망한 일을 시키면 미친 짓이야.”라며 “이 놈의 나락농사 안 짓게 하려고 이 고생 하면서도 자식 공부시키는거지.”하며 마른 한숨을 삼켰다.

또 지난 5일 석현리 금성농협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수매가 시작됐다. 지난 2일에 비해 한층 포근한 날씨였지만, 수확한 벼 포대를 가지고 나와있는 농민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날 수매현장에 잠바 차림으로 면장갑을 끼고 하차작업을 돕는 이병노 금성면장에게서 "마을에서 자원봉사를 나와 컵라면과 커피를 대접하고 있다. 얼어붙은 농심을 조금이나마 녹여드리고 싶었다. "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에 군에서 매입하는 공공비축미는 총 11만5천6가마로 등급별 포대벼 우선지급금은 8월 산지 쌀값을 감안해 40kg 기준 1등급이 4만5천원 산정돼 농민들은 등급이라도 잘 맞아서 한 푼이라도 더 손에 쥐길 바랐다.

하지만 지난 1일 담양읍 매입물량에 대한 등급은 3천10가마에 1등급 판정비율이 86%에 그쳤다. 올해 유독 자주 내린 비 때문에 낱알에 알 차는 시기가 늦어져 여물지 않고 쭉정이가 돼 버려 등외 판정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 농민은 “논 한마지기에 10포대씩 나오던 것이 올해는 7포대 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벼 수매량 감소에 따른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이번 수매 등급판정을 나온 품질관리원 검사원은 “작년에 비해 10% 정도의 수매량 감소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농민들이 느끼는 체감 폭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밝혀 농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했다.
/이정화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