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산면에서 담양도서관으로 등교하는 박옥님(62)씨는 육십이 넘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러 다니는 초등학생이다. 담양도서관이 학교인 셈이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버스를 타고 읍내 도서관으로 등교해 연필을 눌러가며 또박또박 한글을 써내려가는 모습은 알싸하게 눈시울을 적신다.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갖은 고생을 했어도 초등학교 다니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는 그 시절, 못 배운 이유에 가슴 찡한 사연도 모래알만큼 많다.

박옥님씨는 7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어린나이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식구들 빨래하고 밥하고 밭일까지 하느라 초등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는 것.

도서관 문해교육에 나오기 전 어느 날 광주에 살고 있는 손자가 와서 동화책에 나오는 글자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 순간 ‘모른다’는 말을 하기가 죽기보다 싫었지만 할 수없이 말해주자 철없는 손자는 “할머니, 그것도 몰라?”라며 놀렸고 그 창피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 5.18 즈음 자식이 초등학교 1~2학년에 다니고 있었는데 책 읽어 달라고 할 때면 “몰라. 저리 가서 혼자 해.”라고 윽박지르고 나서 눈물을 훔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 속 모르는 자식은 짜증을 내면서 “엄마 싫어 싫어. 엄만 학교도 안다녔어?”라고 말하길 여러 번. 그 말은 화살이 되어 가슴에 박혔다.

담양도서관으로 등교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글을 알아가고 있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고 말한다.

부모가 글을 몰라 자식이 묻는 걸 가르쳐주지 못할 때 부모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 찢긴다’는 어르신들이 이제는 상처보다 즐거움을 나누며 글을 배우고 있다.

‘배움의 나무’라는 교재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문해교육반 어르신들은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문구를 진지하게 읽으며 “살아있는 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과정 까지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칠십의 나이는 숫자일 뿐 책갈피에 은행잎을 끼워놓고 여전히 소녀의 꿈을 간직하고 사는 어르신들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배우고 싶다는 ‘무한도전’의 꿈을 놓지 않는다.

담양도서관 문해교육반을 맡고 있는 조규탁(76) 강사는 나주 남평중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했다. 집이 화순이어서 화순에서 담양까지 다닌다는 조 강사는 2003년 시작된 전남도교육청 평생교육협의회의 교육봉사단원으로 시작해 8년째 문해교육을 하고 있다.

조강사는 “나이들어 공부하기가 힘들텐데도 한 자 한 자 배우는 것을 재미있게 알고 수십 번 써가면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화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