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역의 지각있는 어떤 분이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이런 하소연을 했다.

“쌀농사 50마지기 지어봐야 차포 띠고 나면 농협, 축협 이사들 수당만 못해, 1년 농사 죽어라 지어봐야 한달에 한 두시간 앉아 회의하는 조합 이사 수당보다 일년벌이가 적으니 너도나도 조합임원 할라고 안허것는가? 농민들은 해마다 쌀값 때문에 죽을맛인디, 뭔 하는 일이 많다고 조합 이사들한테 그렇게 많은 수당을 준당가, 이거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됐어...”

설마 50마지기 쌀농사가 조합 임원수당 보다 못할리 있겠는가 싶어 알아보았더니 전혀 틀린말은 아니었다.

관내 농협과 축협 이·감사 수당이 이사회 한번에 통상 20만원 가량을 지급하고 있으니 월에 한번씩 일년에 열두번 갖는 이사회 수당이 연봉으로 치면 240만원을 받는 셈이었다. 조합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통상 15만원에서 25만원까지 이사회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었다.

게다가 축협은 이·감사 수당으로 30만원을 지급하고 있어 매월 회의 한번 참석하고 연간 360만원이라는 큰 돈을 받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년내 뼈 빠지게 일해 50마지기 농사에 500만원도 못 건지는 작금의 농민들 상황이라면 어찌 울화통이 터지지 않겠는가. 예전같으면 50마지기 농사는 부농중에 큰 부농으로 치던 농사 아니던가. 그런데 일년 벼농사 지어 몸값은 놔두고라도 비료값,농약값,농기계값,농사에 들어가는 잡다한 제반비용을 제하고 돌아오는 게 고작 몇백만원 이라면 농민들의 하소연대로 50마지기 농사짓는 것 보다는 조합 이·감사 한자리 차고 앉아 있는 게 훨씬 나을 듯 싶다.

이런저런 이유로 조합 임원들 수당을 올리고 또 올리다 보니 회의 참석 한번하고 20-30만원까지 받아가게 된 ‘노른자’가 바로 조합 이·감사 자리. 그뿐인가? 조합의 중요한 결정이나 사업에 힘을 발휘하고, 또 조합장 선거철이면 나름 한몫을 톡톡히 하다 보니, 조합의 이·감사가 어찌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고 좋은 자리가 아니겠는가.

심지어 조합장을 뒤에서 조종하거나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길들이는 上王 노릇까지 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이·감사 자리가 조합장 자리 못지않다는 것을 딴은 알만하다.

하지만, 지금 조합원과 농민들은 그들에게 꼭 묻고 싶어한다.
그들의 수당이 어디에서 나왔고 왜 받는지....이를 안다면, 쌀값폭락으로 마지막 생존권을 지키려 ‘農土’가 아닌 차디찬 ‘아스팔트’ 로 나선 농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지금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고, 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