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입문 설치 문제로 갈등을 빚은 소쇄원 입구 매표소

담양의 대표적인 문화재이자 관광자원인 소쇄원(명승제40호)의 관리운영을 둘러싸고 소쇄옹 양산보의 후손들과 담양군 간 해묵은 갈등이 최근 법정소송으로까지 번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2005년 소쇄원 입장료 문제와 관련하여 갈등을 빚은 후손들과 담양군간 의견 대립은 급기야 군에서 소쇄원 입구에 설치된 매표소를 강제 철거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 졌다.

최근엔 수백년 수령의 소나무가 죽은 원인을 두고 책임공방이 벌어지는가 하면, 일부 건축물의 잇단 훼손 붕괴, 입장료 징수와 출입통제를 둘러싼 마찰, 소방시설 설치 여부에 대한 이견 등 사건건건 양측이 각을 세워 온 것으로 알려졌다.

광풍각에서 바라본 제월당

현재 문중측은 “후손이 주인으로 살고 있으므로 관리단체는 문중이 돼야 하는데, 현재 담양군이 관리단체로 돼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관리단체를 담양군으로 하고 있는 ‘명승지정 해제의 소’도 제기한 상태다.

지난 5월 대전지법 행정부는 문화재청의 손을 들어 줬고 이에 종중측이 항소해 2심이 진행중인데 현재 2차례 변론이 진행된 가운데 지난 22일 재판부가 직접 소쇄원 현장 검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갈등의 배경엔 소쇄원의 소유권 문제가 깔려 있는데 양산보가 소쇄원을 조성할 당시 이 일대 모두 양씨 문중 소유였지만, 일제의 토지개혁을 비롯해 세대를 거치면서 부지 소유권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돌계단을 따라 나란히 자리잡은 광풍각(아래)과 제월당(위)

결국 현재 계곡을 중심으로 광풍각과 제월당 등 정자 일대는 문중 소유이고 그 외곽은 담양군 소유로 나뉘어 있는 상황인데 군은 후손들이 살고 있는 관리사동도 군 소유임을 들어 관리권한을 주장하는 반면, 문중측은 소쇄원의 주요 시설인 광풍각과 제월당 등이 문중소유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 문화재 담당자는 “등기부상 소유권도 40여명으로 나뉘어 있고, 그나마 대부분 작고하신 분들인데다 종중 대표자격에도 의구심이 가는 이들이 사사건건 행정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손들은 “등기부의 경우 영구히 소쇄원을 보존하기 위한 선대의 조치”라며 “군이 섣불리 일을 벌여 오히려 문화재의 훼손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양산보 후손들이 기거하고 있는 관리사동

이와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관리단체 문제는 소쇄원을 명승으로 재분류하면서 자치단체를 통해 의견수렴을 거쳤고 예고기간이 지나도록 이견이 없어 담양군으로 지정했던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역문화계 인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가운데 두고 군과 문중측이 벌이는 일련의 갈등이 외부에 어떻게 비춰질지 우려된다”며 “문화재를 실제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후손들과 법적으로 관리권한을 행사하려는 자치단체 사이에 조정기능이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역문화계 인사들은 또 "소쇄원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