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다. 뽑고 또 뽑아내도 다시 치고 나온다. 억세고 드센 잡초가 농민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한 농민이 수년 고행 끝에 이런 잡초를 일거에 잡을 수 있는 기발한 방법을 고안해 내 화제가 되고 있다.

담양읍 오계리에서 친환경 콩을 재배하는 장역환(58세)씨가 고안한 기존 화염제초기를 변형한 친환경 제초 방법은 생활속의 작은 아이디어와 탐구심이 빚어낸 노력의 산물이다.

잡초를 태워 없애는 화염장치는 이미 상용화돼 논두렁이나 밭두렁 제초시 유용하게 쓰이고 있지만 콩농사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는 일.

그가 농사를 지으면서 제초방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5년부터다. 친환경 농법으로 콩 을 재배하면서 잡초와의 전쟁에 매달렸다. 잡초 제거만 제 때에 잘 해줘도 90%이상의 수확을 올릴 수 있는데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5000여평의 콩밭을 제대로 관리하기 한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땅속깊이 뿌리내린 무성한 잡초를 일일이 손으로 뽑아 없앨 수는 없는 일. 농사 첫해에는 잡초 제거시 흔히 사용하는 예취기를 이용한 고전적 방법을 써보았다. 또 기존의 낫을 개조한 잡아당기는 낫을 고안해 적용해 보기도 했다.

이것도 저것도 쉽지 않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잡초생장 억제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만 듣고 국수 삶은 물을 뿌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만큼 노동력에 비해 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게 화염제초기였다. 논둑이나 도로변에 무성히 자란 잡초 제거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바 있는 장씨는 이것을 콩농사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의 화염제초기는 화력이 너무 세고 방화판이 별도로 부착돼 있지 않아 잡초뿐만 아니라 콩잎까지 태워버리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그는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곧바로 연구에 매달려 수십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잡초만 화염에 그을리게 하고 콩잎 등 여타 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밭농사 전용의 신개념 화염제조장치를 고안해 내기에 이른 것이다.

“검은 비닐을 밭두렁에 까는 멀칭도 효과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유묘(幼苗)가 완전히 뿌리내리기까지는 비바람에 취약해 자칫 1년 농사를 그르칠 위험성이 있고 관리기를 이용한 제초방법도 요즘같은 우기철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지요”라며 장씨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가감없이 털어 놓았다.

그가 갖은 고생 끝에 밭농사 전용의 화염제초기를 고안해 내기까지 친환경이야 어찌됐든 제초제를 사용해 손쉽게 농사를 짓는 관행농법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편 장씨는 담양읍 백동리에서 아내(김명숙)와 함께 본인이 직접 재배한 친환경 콩을 이용한 전통 장류식품(상호 담양김명숙재래식된장)을 생산하고 있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