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 군수가 비리혐의로 2년 가까이 검찰의 수사를 받아오다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고 전격 구속됨에 지역사회 일각에선 ‘주민소환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뇌물수수 등 비리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이 군수가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해야 마땅한데도 법원 판결에 불복, 항소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재판 장기화에 따른 군정공백은 물론 지역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지역사회 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일각에선 지병인 직장암을 안고 수감생활까지 해야하는 이 군수에 대한 동정론도 일고 있지만, 이 군수의 사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데 이어 인사와 공사비리 혐의로 임기내내 검찰과 법정을 오가다가 결국에는 실형을 선고받아 담양을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명예를 실추시키고도 군수직에 연연하여 사표를 내지 않는다면, 주민소환 이라도 해서 그만두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같은 지역분위기를 감안, 지난해 7월부터 시행중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 대한 주민소환청구제에 대해 지역민들의 관심이 어느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이 언제든 투표를 통해 失政과 무능, 독선과 비리 등에 연루된 단체장, 지방의원들에 대해 직접 책임을 묻는 주민소환법에 대한 필요성이 피부로 체감되고 있는 이때, ‘주민소환’은 어떻게 할 수 있는 지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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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제>

주민들이 자치단체의 행정처분이나 결정, 비리 등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해당 지역의 단체장을 불러 문제사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투표를 통해 단체장을 제재할 수 있다.

정치인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통제수단으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독단적인 행정운영과 비리 등 지방자치제도의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일정수 또는 일정 비율의 선거인이 청원하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임기 전에 선거를 다시 실시하고, 선거에 지면 공직을 떠나게 할 수 있는 제도이다. 미국에서는 지방의원·교육위원·단체장 등 지방공직자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우리나라 에서는 2007년 7월부터 주민소환제가 실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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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법상 주민소환제도는 지역 주민들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해 직접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로 주민소환 투표청구권자 총수의 3분의 1이상 투표와 유효 투표의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

예를들어, 담양군의 유권자가 4만명 이라면 그 1/3인 13,334명이 주민소환 투표에 참가해 유효투표자 절반 이상인 6,667명이 찬성하면 군민들에 의해 현직 군수나 의원이 그 직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군수나 의원을 탄핵, 소환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청구하려면 우선 일정 수 이상의 군민들에게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군수는 15%, 군의원 및 도의원은 20% 이상 군민들의 서명이 필요하다.

현재 시점에서 군수에 대한 ‘주민소환’이 실시된다면, 지난 10월말 기준 19세 이상 담양군 인구 40,919명의 15%인 6,138명이 서명해야 하며, 이같은 서명인 요건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군수의 주민소환투표 청구가 가능하게 된다.

기준 서명인 수인 6,138명 이상의 서명을 받게 되면 주민소환 청구사유와 함께 담양군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제출,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실질적인 주민소환이 발효되고, 이때부터 투표가 끝날 때 까지 군수는 권한이 정지되는 것이다. (이 군수의 경우는 현재 실형을 받아 수감중이므로 이미 군수 권한은 정지되어 있다.)

한편, 주민소환제 시행이후 전국에서 주민소환을 준비한 자치단체는 10곳에 이르며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시흥시와 하남시로 시흥시는 재임중 업자에게 1억원을 받은 비리혐의로 수감중인 시장을 해임하기 위한 주민소환 투표가 지난 9월 청구됐다.

하남시도 시장과 시의원 2명 등 3명에 대해 주민소환 투표가 지난해 12월 진행됐으나 하남시장은 투표율 미달(31%투표, 2%미달)로 무효가 됐고, 시의원 2명은 주민소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어떤 공직자가 대상이 될까?

민선4기까지 시장.군수 4명중 1명 비리로 사법처리
지방의원도 갈수록 증가추세, ‘주민소환’ 봇물 이룰 듯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후 지난 10여 년간 뇌물수수와 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현행법 위반으로 기소된 지방자치단체장은 전국적으로 무려 242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민선 1기부터 4기까지 선출된 전체 지방자치단체장 987명중 25%에 해당하는 것으로 유권자의 손으로 뽑은 자치단체장 4명 중 1명이 비리혐의로 임기 중 기소당한 것이다.

게다가 민선 1기 23명(전체 245명), 2기 60명(전체 248명), 3기 78명(전체 248명), 4기 81명(전체 246명)으로 그 숫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방의회의원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해서, 현행법 위반으로 기소된 의원이 1기 164명(전체 5,170명 중?3.2%), 2기 82명(전체 5,513명 중 1.5%), 3기 224명(전체 4,180명 중 5.4%), 4기 293명(전체 4,251명 중6.9%)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방의원의 주요한 비리 혐의내용 역시 뇌물수수가 1기 68명, 2기 23명, 3기 73명, 4기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공직을 맡기기 어려운 정도의 잘못과 비리를 저지른 시장,군수,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 바로 주민소환제의 대상이 되며, 이들 공직자들은 주민의 뜻을 모아 ‘주민소환’으로 즉시 해임시킬 수 있다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치나?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려면 시/도지사의 경우 주민소환투표권자 총수의 10%, 시장·군수·구청장은 15%, 지방의원은 20%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제도가 남용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지방행정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청구 제한기간을 두고 있다. (즉, 임기개시일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때. 임기만료일부터 1년 미만일 때, 주민소환투표를 실시한 날부터 1년 이내인 때에는 청구 불가능)

주민소환투표청구 이후 소환 여부의 결정은 주민소환투표권자 총 수의 1/3이상 투표와 유효투표의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일단 청구가 받아들여지고 나면 주민투표가 실시될 때까지 해당 공직자의 권한행사는 즉시 정지된다. 이 경우 지자체장의 경우는 행정공백 문제가 있어 부단체장이 권한을 대행한다. 이후 소환투표결과 가결요건이 넘으면 즉시(결과 공표시) 해당 공직자는 해임되며 해임된 공직자는 해당 보궐선거에 입후보할 수도 없다.

소환투표 결과에 이의있는 투표대상자 또는 투표권자(1% 서명 받아야)는 공표 후 14일 이내 선관위에 소청할 수 있고, 소청결과에도 불복하면(소청결과 통지 10일내) 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소환이 결정된 후 이 같은 소청이 있으면 그 결과가 확정 후에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제도의 남용, 또는 지역이기주의 우려는 없나?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원칙적으로 남용 우려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실제 법제도의 내용을 보면 특정지역 주민에 의한 소환(님비주의/지역이기주의 등에 의한)에 대해서는 지자체 내 여러 지역에서 일정요건 이상 주민 동의를 받아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지대책이 마련되어 있고, 공무원, 입후보예정자 및 그와 밀접한 관계인, 타 지역 주민 등은 주민소환 과정에 개입할 수 없을 뿐더러, 소환과 관련해서 이익을 얻을 약속을 하는 등 행위를 하면 5년이하 징역 등 처벌을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실제 소환을 요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청구요건)이나 소환이 인정될 수 있는 조건(가결요건)이 매우 까다롭고, 소환운동을 하다 좌절되면 즉시 역공을 당할 수도 있어 실제 남용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주민소환제도의 시행은 그야말로 이제 출발점에 불과하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주민소환이 필요한 대상자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소환청구에 필요한 높은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각 지역의 시민단체 대부분은 우선 주민소환 대신 다른 방법으로 개선을 시도해보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 주민소환에 나서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민소환제에 대한 선출직들의 최근 동향은?

전국 시장.군수, 법완화 개정 주장
시민단체,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비리 등을 막기 위한 주민소환법 개정 움직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 협의회는 소신행정을 위해 발의절차를 더 까다롭게 하자는 주장인 반면, 시민단체는 절차를 완화해 독주행정을 막아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는 추세이다.

자치단체장이 위법 행위 등을 저지를 경우 유권자의 15% 이상이 서명하고 33% 이상이 투표해 찬성표가 반을 넘으면 즉시 해임되는 주민소환법에 대해 전국 시·장·군수 구청장협의회는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개정 내용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구체적인 소환 청구 사유가 명시되지 않아 주민소환이 남발되거나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주민소환 투표가 부결되면 투표관련 비용의 일부를 발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10-20 % 정도는 발의자에게 부담해야 소환 남발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셋째는 주민소환에 필요한 서명인 수와 투표율도 불합리해 경쟁자들이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데,
먼저 자치단체장의 실책 자체가 소환 사유인데다 선진국들도 개괄주의를 택하고 있어 구체적 청구사유 명기는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주민소환 부결시 발의자가 비용을 부담할 경우 비용부담 때문에 발의를 꺼려 주민소환법이 사문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서명인 수와 투표율은 오히려 현행보다 낮춰야 주민소환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전국자치단체장협의회는 주민소환법 개정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는 헌법재판소에 의견제출 등 대응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