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을 가뭄과 이상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밭작물을 중심으로 그 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어 애꿎은 농심만 타들어 가고 있다.

특히 밭작물에 물 공급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 8~9월 강수량이 평년의 25~30%에 그치는 바람에 배추·무 등이 대거 말라 죽고, 병충해까지 겹쳐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금성면 대곡리에서 무와 배추 1만2000여㎡를 재배하는 정모(64세)씨는 “하루내내 배추밭에 물을 대고 있지만 겨우 갈증을 풀 수 있을 정도”라면서 “품질좋은 김장용 배추를 시장에 내다 팔아 소득을 올리려 했으나 하필 속이 차들어가는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아 이미 상품성을 잃은지 오래”라며 한숨지었다. 무의 경우도 제대로 크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들녘에서 만난 금성면 대곡리의 또다른 주민 오정례(82세)할머니는 “이것봐, 성한 호박잎이 하나도 없쟎여. 고추는 시커멓게 말라 부렀고, 콩도 도무지 여물지가 않아 올해 농사는 헛농사나 마찬가지여”라고 손사래를 쳤다.

무정면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김모(58세)씨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씨의 경우 시커멓게 말라 버린 고추밭을 바라보며 “수확은 커녕 솎아 내 버릴 일이 더 큰 일이다”고 망연자실해 했다.

또다른 문제는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상황에서 물을 계속 뿌리면서 물마름병등 각종 채소 질병까지 발생해 농가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대해 군관계자는 “현재까지 피해사례로 보고된 사항은 없다”며 “좀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수확량은 다소 줄것같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해갈을 위해서는 30mm 이상의 비가 와야 하지만 기상청은 당분간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어 콩, 김장용 무, 배추, 마늘등 밭작물이 ‘가뭄직격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농업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최근 밭토양 수분함양이 50%미만으로 떨어져 작물 생육 조건(61~80%)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면서 “이런 날씨가 장기화될 경우 생육 지연, 품질저하 등 심각한 피해가 예상돼 급수대책 등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가뭄피해를 막기 위한 관수시설을 미리 확보하는 등 농가들의 사전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무,배추 등 가을철 채소류는 작물 특성상 많은 약의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스프링클러(살수기) 등을 이용해 충분한 물을 수시로 공급하여야 한다. 또 생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균병, 무름병, 진딧물, 벼룩잎벌레 등은 정밀 예찰을 통해 적기에 방제해야 한다.

생육이 부진한 밭은 요소 0.2%액을 잎에 뿌려주고 웃거름은 제때 알맞은 양을 줘 생육을 촉진시키도록 해야 한다.

가을 가뭄으로 채소류 가격 폭등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