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달 19일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이번 개정안이 “협동조합의 기본정신과 기본원칙을 무시했다”며 지역농협과 농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농협법 개정안의 주요골자는 지역농협 설립구역을 현재 읍.면에서 시·군으로 확대하고, 조합원은 시.군 범위내에서 조합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따라 규모가 작은 읍면 지역 농협의 경우 조합원수 감소 등으로 인해 붕괴가 우려돼 사실상 농협을 구조조정 하는 개정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선거직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전환하고 조합장의 주된 권한을 ‘집행권’과 ‘감독권’으로 분리하여 업무집행은 전문경인인인 상임이사가 담당하고 조합장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견제.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상임이사’제도를 명문화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이 어려운 소규모 농협도 상임이사를 두고 임금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농협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조합공동사업법인과 관련해서는 현행 1인 1표제에서 출자액 비례로 개정한다고 밝히고 있어 농협이 아닌 주식회사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어 이번 농협법 개정안이 협동조합의 기본 정신과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법 개정안과 관련 지역농협 모 조합장은 “농민들이 농협을 이곳 저곳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농협의 범위를 크게 묶으려고 하는 것은 ‘지역농협 통폐합’ 에 이은 ‘제2의 구조조정’ 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며

“개인적으로 선거직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전환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하고 따로 상임이사를 두는 것은 소규모 농협의 경우 상임이사 인건비로 인한 손실이 더욱 커져 경영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지역농민단체들도 “협동조합의 기본정신과 기본원칙을 무너뜨리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표현해 '농협법 개악' 이다” 며 “농협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두 분야로 나누려 하는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은 ‘농업과 농민을 지원하는 농협의 기본 정신을 위배하고 있으며, 농협 개정안끼리도 상호 모순되고 있다” 밝히고

“진정 농업과 농촌의 경쟁을 위해서라면 현재 구성된 농민단체 중심으로 농협 개혁일정 추진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 추진하는 방향으로 농림부의 입장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장광호 記者

<관련기사 3면: 농협법 개정안관련 주요쟁점>

이번 농협법 개정안 중 조합과 조합원관련 사항의 주요 쟁점은 지역농협 구역중복 허용(조합 선택권 자율화)과 조합장 비상임화 등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각 지역별 조합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다르나 지역농협, 농민단체 모두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대의견의 요점을 간추려 보았다

▶지역농협 구역중복 허용
지역농협의 구역을 확대하고 조합원 선택권을 자율화하면 조합간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동반 부실 초래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면단위 농협은 市 소재지나 영업이 비교적 잘되는 곳에 금융점포를 개설하고, 반대로 市나 읍 조합은 농업인 조합원에 대한 서비스와 실익 제고 차원에서 면지역에 지점 내지 경제사업장을 개설하게 돼 지역농협간의 충돌이 심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우량 조합원을 유치하려는 경쟁 또한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결국 지역농협의 영농회나 작목반이 붕괴되고 경제사업도 타격을 입을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지역농협 모 전무는 “지역농협 구역중복 허용은 강제합병 조치나 다름없다”며 “이는 큰 조합으로의 쏠림현상으로 조합 경영을 어렵게 하고 조합장 선거 때 조합원을 옮길 수 있는 여지를 만듦으로써 농촌사회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는 조항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농업인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면에 사는 농민 김 모씨는 “지역농협 구역중복 허용이 지역농협을 없애는데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반대”라며 “이로 인해 현재 내가 속한 조합이 없어질 경우 영농 지원을 받기가 불편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합장 비상임화 및 상임이사 의무 도입
상임이사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정책으로 조합 경영을 책임지는 상임이사는 조합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뿐 지도사업이나 환원사업 등 조합원의 실익사업에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관련 지역 모 조합장은 “상임과 비상임을 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현행 규정을 그대로 두되, 현행 상임이사가 대부분 직원 출신임을 감안하면 전문경영인 영입이라는 취지보다는 직원의 정년 연장수단으로 악용될 뿐만 아니라 조합원 자격을 가진 상임이사와 조합장간 갈등구도로 제도 도입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는 만큼 상임이사제를 의무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농협과 농민단체 대부분은 조합장 비상임화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획일적으로 조합원이 뽑는 조합장의 권한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조합공동사업법인 회원자격(부가의결권 등)
개정안에 명시된 부가의결권의 경우 1인 1표주의는 협동조합 또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며 조합공동사업법인의 출자액에 비례한 의결권도 마찬가지 라는 점이다.

조합원 수나 출자액으로 투표권 수를 정한다면 약체 조합의 입장은 누가 대변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며 개정안대로 한다면 약체 조합은 항상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부가의결권에 대해 “조합원이 5,000~6,000명 되는 조합이나 1,000명도 안되는 조합이나 한 표씩 행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것 같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