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걸음마 시작한 슬로시티

꿈꾸는 마을

문광부와 담양군 등의 후원을 받은 ‘놀이패 신명’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뜻 깊은 프로그램 하나를 실시했다.

‘발칙한 상상 프로젝트 - 꿈꾸는 마을’(이하 ‘꿈꾸는 마을’)이란 제목의 이 프로그램은 보다 인간적인 삶을 꿈꾸는 슬로시티의 이념과 창평면 돌담마을이라는 지역의 특별한 문화공간에서 지난 6월14일부터 7월 25일까지 창평중학교 16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펼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놀이 위주로 짜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마을 공간을 발견하고 마을사람들을 만나며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세대 간 차이와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깨달아가며 ‘슬로시티의 미래’를 열고 있었다.

우리 마을 미래는 우리 손으로

6차에 걸친 프로그램운영과 1박2일 간의 캠프 일정을 소화한 ‘꿈꾸는 마을’의 궁극적 목표는 ‘문화적 소통 공간인 마을 다시 찾기’였다.

그 마을 중에서도 창평 삼천리 ‘돌담마을’과의 대화나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청소년들이 상상의 날개를 달고 미래를 향해 좌충우돌하는 즐거운 시간여행이었다. 학생들은 마을 어른들과 대화를 통해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며 그들만의 멋들어진 소통을 이뤄내고 있었다.

프로젝트의 기획을 맡은 ‘놀이패 신명’ 문화예술교육팀장 한종철 씨는 “창평중학교 역사탐방동아리와 방송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프로그램은 돌담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골목놀이와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영상과 사진 그리고 미술을 활용한 보물찾기, 숨은그림찾기 등을 통해 돌담마을이 지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냄으로써 마을을 알고 주민들을 알아가는 ‘소통’과 ‘미래에 대한 준비’이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새로운 문화공간화 - 내가 꿈꾸는 마을”이란 주제로 ‘궁금유발? 나만의 책 만들기’ ‘돌담마을의 보물은 어디있을까’ ‘알쏭달쏭? 신기한 숨은그림찾기’ ‘빈집프로젝트: 인터뷰, 스토리텔링’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책을 만들며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채워나갔으며 돌담마을 골목 이곳저곳을 맘껏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그림을 그리며 그들이 생각하는 ‘숨어있는 보물’ 즉, 슬로시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갔다.

또 곳곳에 남겨져 있는 빈집을 앞으로 채워져야 할 공간으로 규정하고 “무엇을 채워넣을까?”하는 고민을 가져봄으로써 미래를 향한 발걸음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었다.

조용히 별 바라보기

현재 창평 삼천리에서 유일하게 ‘한옥에서’라는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봉 씨. 그는 화순이 고향으로 그저 한옥이 좋아 창평까지 찾아 온 인물이다.

3년 전 창평 고택을 매입한 김씨는 한옥이 주는 아늑함과 정취를 나누기 위해 2년 전 고택 옆에 객실수 5개를 갖춘 33평짜리 민박전용 한옥 한 채를 따로 지었다. 당시 평당 건축비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소나무목재를 많이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500만원 정도 소요됐다.

“성수기에는 예약율 100%로 운용은 90%이상 되고 있다. 일반 숙박요금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이지만 한옥이 주는 메리트 때문인지 이용객들 대부분 만족하고 있다”

이런 그의 말은 전남도에서 운영하는 ‘남도민박’사이트 민박이용후기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의견이 조심스럽다. 그러나 아직 슬로시티를 위한 개발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이 아니므로 나의 조그마한 의견도 반영됐으면 좋겠다”며 슬로시티에 대한 운을 뗐다.

“한옥을 찾는 관광객들은 일단 정적인 측면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일반 관광객이기보다 ‘휴양객’에 가깝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 들리는 새소리를 좋아하며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추구한다. 도시적이고 매끄러운 호텔 분위기보다 시골 외갓집을 찾았을 때 느꼈던 그러한 풍경을 찾는다”

그는 민박이용객들과의 교우에서 가장 많이 느꼈던 점에 대해 얘기했다.

“손님들은 크게 두 부류이다. 한 쪽은 부모님을 모시고온 가족단위 휴양객이고 또 한 쪽은 혼자서 여행을 즐기는 배낭족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시골에 왔기 때문에 당연히 시골의 정취를 원한다는 것이며 도시의 소음과 혼잡한 일상을 벗어나 가족 간 또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고 여유로움을 찾고 싶어 한다. 마당의 평상에서 밤하늘의 별에도 감동을 느끼며 풀벌레 소리에 감사하며 차 한 잔의 여유에 그들만의 추억을 만든다”

그는 ‘앞으로의 창평’에 대해서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우선 슬로시티를 찾은 휴양객들을 위한 관광지도가 필요하다. 휴양객들이 창평 삼천리에 있으면 슬로시티를 중심으로 한 관광지도를 만들어야 가사문학과 정자문화, 죽녹원 등 그들이 원하는 관광벨트를 자연스럽게 구축할 수 있다. 현재도 휴양객들은 그들 스스로 이동노선을 만들어 움직이고 있는데 창평 삼천리를 기점으로 한 관광지도를 제공한다면 그들은 담양의 모든 관광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슬로시티 개념에 부합한 ‘밤 문화의 개발’이다. 휴양객들이 낮에는 송강정, 소쇄원 등을 둘러보고 오지만 밤엔 할 일이 없다. 1박이든 2박이든 조용하면서도 흥겨운 우리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마당이 펼쳐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체류형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체험과 관람을 자연히 연계할 수 있는 ‘밤 문화 컨텐츠’가 필요하다. 현재 쌀엿체험장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쌀엿체험은 겨울에만 국한되므로 성수기인 여름과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행정에서 신경을 써준다면 사계절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다도체험 등의 체류·체험형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 줬으면 한다.”

김씨는 끝으로 “민박을 찾은 휴양객들은 소박함을 찾는다. 절대 고대광실 웅장한 한옥을 원하지 않는다. 예뻐 보이고 웅장해 보이기 위해 자꾸 꼬리를 달다보면 발에 걸릴 수 있다”며 “웅장한 한옥보다는 소박하고 낮은 한옥이 개발되길 원하다”고 덧붙였다. /서영준·한얼 記者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