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순 의병장이 항상 가슴에 품고 다녔던‘不遠復(불원복) 태극기’(사진)가 문화재로 등록됐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은 지난 12일 우리 민족과 애환을 같이 해온 태극기 15점을 문화재로 등록한다고 밝히고 ‘불원복 태극기’를 등록문화재 제395호로 지정하는 한편 ‘김구 서명문 태극기’ ‘데니(O. N. Denny) 태극기’ ‘미 해병대원 버스비어(A. W. Busbea)기증 태극기’ ‘동덕여자의숙 태극기’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게양 태극기’등 5개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15점의 태극기를 문화재로 등록했다.

‘불원복(不遠復) 태극기’(가로 129cm, 세로 82cm)는 조선 말 구례 일대에서 활약한 의병장 고광순(1848~1907)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극기로 1986년 8월 후손 고영준 씨가 독립기념관 개관에 맞춰 기증해 독립기념관에 보관 중이다.

상단 중앙에 “不遠復” 글씨를 홍색으로 수놓고 태극문양과 괘는 천을 오려 두 줄 박음질을 한 이 태극기는 태극문양의 양방은 홍색, 음방은 흑색으로 마직물로 된 깃대 고정용 끈이 세 개가 달려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일제와 싸우면서 “머지않아 국권을 회복한다”(不遠復)라는 신념으로 태극기를 만들어 의병활동의 정신적 지주로 삼은 고광순 의병장의 이 태극기는 항일 독립운동과 관련해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의병장 고광순은 임진왜란 최초 의병으로 충청도 금산에서 순국한 고경명ㆍ고종후ㆍ고인후 3부자의 후예로 가풍을 이어받아 일제강점기에 호남의병의 선봉에 선 인물이다.

고 의병장은 1895년 단발령이 내려지자 기우만, 기삼연 등 호남지방 유림들과 함께 광주에서 의병진영에 참여한 후 1907년 1월 고제량 등 지사들과 함께 의병 500여명을 규합, 고향인 창평에서 의병 진영을 결성하고 의병장으로 추대돼 남원, 능주, 동복 등에서 일제군경과 맞서 싸웠다.

지속적인 저항 끝에 전세가 불리해지자 1907년 9월 지리산을 장기항전의 근거지로 삼은 고 의병장은 의병 진영의 본영인 피아골 연곡사 군영에서 “나라를 곧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의 표상으로서 주역 복 괘로 “다 없어진 양기가 머지않아 회복된다”는 뜻인 ‘不遠復’이란 글자를 태극기에 한 땀 한 땀 수놓아 내걸었다.

이 태극기는 고 의병장을 비롯한 의병에게 결사항전의 구심점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병영에 나부꼈던 항전의 깃발이었던 셈이다.

1907년 10월 16일 새벽. 1개 중대와 1개 소대, 순경 등으로 편제된 일제군경이 고 의병장의 진영인 지리산 연곡사를 포위한 채 공격을 해왔다.

최후의 순간을 감지한 선생은 부하들에게 "한 번 죽어 나라에 보답하는 것은 내가 평소 마음을 정한 바이다. 여러분은 나를 위해 염려하지 말고 각자 도모하라"고 말한 다음 결사항전하다 의병 26명과 함께 장렬한 최후를 맞았다. 그 때 고 의병장의 나이 60세였다.

고 의병장의 후손들은 “호남지역 활동 의병장으로서 예순이라는 고령의 나이에 직접 화승총을 들고 전투를 벌이다 전사한 경우는 고광순 의병장이 유일하다”고 하며 고 의병장의 순국정신을 높이 기리고 있다.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으며 사당은 창평면 월봉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