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삼형제 모두 서울대 졸업시킨 어머니의 회고

“없는 형편이었지만 자식들에게 항상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였고 겸허한 자세로 하느님께 많은 기도를 올렸습니다” 용면 신광교회(목사 정점수)에서 집사와 권사를 맡고 있는 조형구씨와 김분례씨는 절실한 기독교 생활 외에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이번 가을이면 아들 삼형제가 모두 서울대학교 대학원 출신이 된다. 큰아들 형일은 경영대학원 석사출신으로 현재 외국계 회계법인 부장회계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둘째 남기는 물리학과 박사취득 후 유학 준비 중이고 막내인 셋째 남수는 수학학과 박사로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이다.

자식들로부터 ‘아니오’ 소리 한 번 들어본 적 없었다는 어머니 김분례씨는 오늘이 있기까지를 이렇게 회상한다. “처음 시집와서 상할머니와 고모들까지 4대가 함께 살았어요. 척박한 시골생활이었지만 상할머니가 증손자들을 지극히도 사랑해주셨죠. 하지만 큰 애 3학년 때 벌이를 위해 광주로 이사했습니다” 조형구씨 가족은 광주 두암동 작은 상하방으로 집을 옮기고 그 때부터 아버지는 시내버스 운전을, 어머니는 식당일을 하기 시작했다.

“애들 장난감 사줄 형편이 안 되니 성냥골로 놀게 했어요, 그럼 애들이 집도 만들고 로봇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들고 했죠, 대신 ‘엄마 이거 밟으면 안 돼’라고 하면 아이들 작품이 흐트러지지 않게 아껴줬습니다”

조씨부부는 전세금에 맞춰가며 이사를 열 번은 더했다. 때문에 큰아들 형일은 초등학교만 세 군데를 다녔다. 고서 전방군제에 직장을 얻은 어머니 김씨는 남편과 아이들은 물론 자신의 직장생활을 위해 철인같은 정신력과 체력으로 버텨내야 했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 도시락 5개를 쌌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저는 밤10시에 일찍 잠이 듭니다. 그래도 막내 남수는 초등학교 때도 10시 넘어서 오는 둘째형을 기다리다 둘이 ‘터치’하고 자고 또 둘째는 큰형이 오는 12시~1시까지 기다렸다 자고, 아이들이 저를 많이 도와줬죠” 어머니 김씨는 그때 아이들이 형들을 기다리며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성적이 오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세 아이 모두 유치원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근데 둘째 셋째는 ‘TV 유치원 하나 둘 셋’만 보고도 한글을 깨우치더라고요, 과외 같은 것은 상상도 못했고 위인전이나 역사책은 많이 사줬습니다. 그럼 그만 보라고 전깃불을 끄더라도 몰래 볼 정도로 책에 대한 집중력이 좋았습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항상 부족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부모의 마음이지만 아이들이 비뚤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애들 아버지가 오전반이든 오후반이든 근무를 마치면 큰 애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잠을 안자고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의 눈에도 부모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였나 봅니다. 물질적으로 부족하니 정신적인 풍족을 위해서 많은 기도를 했습니다. 너희를 위해 기도한다. 이번에 성적이 안 좋았던 것은 네가 무슨 힘든 일이 있었나보구나, 나는 너를 믿는다”라며 끊임없는 믿음으로 신념을 심어 줬습니다. 첫째는 금호고를 다녀 힘들었지만 둘째와 셋째는 과학고를 입학해 조금은 수월했다. 그래도 시험기간이면 “어머니 저 이번에 시험 보니 기도해 주세요”라며 ‘어머니의 기도’에 손을 내밀었다.

둘째 남기와 막내 남수는 둘 다 과학고 2학년에 월반해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인문계로 경영학을 전공한 큰형 형일의 눈에는 그 점이 불안했다. “형일이가 동생들에게 대학원은 서울대로 진학하라고 권했죠,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로 공부만 하고 사니 사회생활도 또 세상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곳인지도 모르고 자랐다고 큰형은 동생들을 그렇게 판단한 것 같아요, 서울대학원 입학 후부터는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셋이 함께 자취를 했습니다.

세상에 부딪혀 본 것이죠” 어머니 김씨는 “큰형의 권위를 세워주기 위해 동생들 앞에서 함부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또 아버지가 아이들을 훈계할 때 아이들 역성을 들지 않았고 남편 또한 제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만히 지켜보며 어머니로서의 위엄을 세울 수 있게 해줬어요” 요즈음 어머니들에게 한 마디 조언해달라는 말에 “과분하지만,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을 너무 아끼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잘 못 했을 때 혼내야 부모의 위엄이 바로 섭니다”라고 한다. “애들이 4,5,6학년 때부터 반장을 맡아가지고 오더라고요, 형편에 맞춰 뒷바라지 하다보니 늘 미안했습니다. 잘 먹이지도 잘 입히지도 못했지만 그 때가 힘들면서도 제일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라며 옛 추억을 떠올렸다. “아이 셋 다 워낙 입덧이 심해서 열 달 내내 아무 것도 못 먹었습니다. 그래도 가끔 입맛이 당긴 것은 있었죠, 첫째는 수박이 둘째는 추어탕이 셋째는 돼지고기가 끌렸어요, 그래도 시부모님들하고 사는 데 맘껏 먹고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태몽에 대해서 묻자 “저는 태몽을 꾸지는 안았습니다. 시부모님께서 대신 꾸셨죠, 시아버님 말씀이 ‘꿈을 꾸는데 잘생긴 돼지 세 마리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아들을 낳을 것이면 셋을 줄줄이 낳을 것이고 딸을 낳는다면 딸 셋을 낳은 다음 아들을 낳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죠”라고 말한다. “집안에 애들 고모 아들인 4촌형제가 서울대 법대 입학한 것 말고는 가족들 중에서 특별히 배움이 많은 분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나는 너희들을 위해 항상 기도한다’며 믿음을 심어줬습니다. 부모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잘 따라 줬던 것 같고 도회지에 나가 낯선 곳에서 아이들 셋이 똘똘 뭉쳐 놀며 형제간의 정이 돈독해 진 것도 아이들에게는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큰아들 손자인 장원이가 엊그제 돌을 지냈다며 좋아하는 김씨는 둘째도 오는 11월에 결혼시킬 예정으로 요즘엔 ‘사회의 인재가 돼 고향에 이바지하고 이웃을 도와라’는 기도를 많이 드린다고 한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