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일촌일품운동은 시작된 지 3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세계적인 지역 살리기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 운동은 세계 120여 개 나라에 수출되고 있고,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이 사례를 지역특화전략의 교본처럼 여기고 있다. 이젠 일촌일품운동이 자원을 지역 특성에 맞게 개발하는 대명사가 된 것이다.

이 운동을 성공으로 이끈 키워드는 뭘까? 이 운동의 창시자 격인 히라마쓰 전 오이타현 지사는 다음의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주민들의 손에 잡히는 지역개발 논리와 설득 과정을 꼽았다. 히라마쓰 지사는 도요다자동차 공장의 유치를 꿈으로 여기는 주민들을 상대로 기지를 발휘했다. 도요다자동차 100g과 오이타현에서 생산되는 보리소주, 마른버섯, 하우스귤의 100g을 각각 대비 시켜 보였다. 결국 주민들은 오이타현의 특산자원들이 지역자원으로선 도요다자동차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녔다는 걸 인식하기에 이른다.

둘째는 3무정책을 꼽았다. 대게 지자체들은 지역의 큰 사업을 이끌기 위해 짜임새가 빵빵한 제도와 조례를, 우수한 공무원들을 선발한 전담조직을, 주민들의 입질을 돋울 낚시 밥 같은 보조금을 필수 요건으로 여긴다. 하지만 일촌일품운동은 관련 조례나 전담조직, 주민 보조금이 없이 시작한 게 성공요인이라는 것이다. 주민의 필요의식을 토대로 하는 내생적 발전운동이 주민참여와 지역의 창의성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다.

일본의 일촌일품운동을 20여 년 전부터 벤치마킹 해 온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름만 그럴싸하게 포장된 지역개발사업들이 수 없이 많다. 대다수 농어촌지역이 포함된 낙후지역개발사업만 해도 30여 가지에 이른다.

이 사업들의 대부분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이다. 이름과 시행부처만 다를 뿐 내용이 중복 된 사업이 많다. 지역 현장에선 이런 사업들이 ‘눈 먼 돈’이 된다. 중앙정부의 사업 요건에 맞춰질 뿐 나눠먹기 사업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고작 지역 숙원사업으로 꼽아 온 도로 포장, 다리 놓기, 회관 짓기로 결과 되는 것이다.

중앙의 획일적인 잣대로 시행하는 하향식 지역개발사업은 허구다. 중앙이 지역을 호령하는 시혜성 사업일 뿐 지역 살리기와는 전혀 무관하다. 도리어 지역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주민의 자주적 의지를 갉아 먹는 독이 되곤 한다.

기업도시나 관광개발사업 같은 대규모 사업은 자칫 지역주민들에게 아편주사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사업들은 지역을 땅 투기 전장으로 만드는 한편, 주민들을 오랫동안 막연한 환상에 젖도록 혹세무민 한다. 사업이 유치되고 사업이 본격 시행될 즈음에야 주민들은 ‘누굴 위한 개발인가’를 되묻게 된다.

기존의 방식과 대비되는 신개념의 지역개발사업이 농촌지역의 조용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전국의 70개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신활력사업이다. 3년간 70억원 안팎이 지원되는 이 사업은 기존의 지역개발사업과 여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대부분 사업이 중앙주도의 하향식이지만 이 사업은 지역 특성에 따라 지역이 스스로 계획하는 상향식이다. 또한 기존 사업은 토목, 건축 등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이지만 이 사업은 자원 발굴, 인력 육성, 시장 개척 등 소프트웨어 중심이다. 이 밖에 이 사업은 기존의 관주도형과 달리 민관협치를 지향하고, 종국적으론 민,관,산,학을 아우르는 지역혁신 거버넌스를 구축하려 한다.

2005년부터 시행된 이 사업은 농촌활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초기엔 대부분 대상 지역들이 긴가민가했지만 지난 3년 간 사업을 벌이면서 여러 지역들이 이 사업을 새로운 동력원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들이 자원순환과 자원의 복·융합을 고민하고, 혁신인력을 통해 지역 블루오션을 이루려는 움직임이 가시화 돼 가고 있다.

이렇듯 신활력사업은 지역개발 사업의 새로운 모델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의 수용구조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도 나타나지만 농촌 지역의 내생적 의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건 확실하다. 기왕 신활력사업에 대한 보다 면밀한 평가를 통해 지역개발사업의 새로운 모형을 창안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일촌일품운동이 보여주듯 지역개발은 주민의 필요의식을 통해 주민의 이해를 일궈 가야 한다. 지역에 내재된 자원에 창의성을 불 지피는 내생적 개발이야말로 농촌의 가장 큰 활력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