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 예산 방과후학교‘공교육’지키기 역부족
학생들 여전히 학원으로 … MB자율화조치 후 사교육 학교진입 가속화

정부는 사교육 문제 해결, 교육격차 해소, 보육의 사회적 지원을 목표로 지난 2006년부터 ‘방과후학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방과후학교에 3천2백87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는 2006년 3백9억원에서 2년만에 10배가 넘는 금액으로 증액된 것이다. 예산 증액 규모만 보더라도 방과후 학교에 대한 정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교육부 계획에 따르면 2009년에는 3천3백92억원, 2010년에는 3천8백93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방과후학교는 학부모의 과중한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2006년 본격 도입된 제도이다. 교육부가 1996년부터 시행하던 ‘방과 후 교육활동 활성화 방안’을 발전시킨 형태다. 학생ㆍ교사 중심으로 운영하는 정규 수업 이외 기존의 특기ㆍ적성교육, 초등학교의 방과후교실, 고등학교의 수준별 보충학습 등으로 사용된 각각의 명칭과 프로그램을 2006년부터 ‘방과후학교’로 통합 운영하고 있다.

보충수업으로 변질 … 학원 의존도 압도적

정부는 정규수업 이후에도 학교에서 다양한 강좌를 개설해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는 현상을 해결하겠다며 사교육 대체 형식의 ‘방과후학교’를 추진한 것이다. 그런데 방과후학교가 10배가 넘게 늘어난 예산에 비해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교육을 대체하고 학생들의 특기ㆍ적성을 개발하겠다는 애초의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 ㅊ중학교의 경우 현재 1~2시간씩 방과후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교육과의 경쟁을 위해 국ㆍ영ㆍ수 중심의 정규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학원 수강은 줄어들고 있지 않다. 오히려 방과후학교를 수강했다가 학원시간과 맞지 않아 방과후학교를 포기했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취재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과후학교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평균 2군데 이상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현재 방과후학교를 수강시키지 않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앞으로도 방과후학교 강의를 듣게 할 생각은 없다”며 그 이유로 “학원 수업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원 강의를 중심으로 놓고 방과후학교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다. 결국 사교육 대체형식의 방과후학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3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가정 내 사교육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04년 당시 대부분의 학교에서 아침에 보충수업이라는 이름으로 ‘0교시 수업’을 진행하자 0교시 수업을 금지하도록 각 학교에 지침을 내린 바 있다.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러한 아침 보충수업을 금지한 것이다.

그런데 방과후학교 실시 후 학교에서는 금지된 보충수업 대신 1교시 수업을 앞당겨 실시하고 오후에 ‘방과후학교’를 통해 보충수업을 실시하는 형태로 변질 운영을 하고있다. 실제 현재 서울시 대부분의 중ㆍ고등학교에서 ‘0교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과목 당 40만원짜리 방과후학교도 생겨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지난 4월 ‘4ㆍ15 학교자율화조치’를 발표해 방과후학교 교육을 학원에 위탁 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사교육비 절감’과 ‘교육격차 해소’라는 방과후학교의 취지가 더욱 무색해지게 됐다. 방과후학교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김진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강남의 재정규모가 튼튼한 모 학교의 경우 유명 논술학원과 계약 맺음으로써 방과후학교 강의 가격이 과목당 최고 4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방과후학교가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은 물론 학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학교에서조차 교육격차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나타나는 원인이 방과후학교의 취지가 변질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 ㅊ고등학교 양 모 교사는 “애초 방과 후 학교의 취지는 학교 정규 수업에서 채우지 못하는 부분들, 즉 학생들의 특기, 적성, 소질을 개발하는 활동을 하는데 있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입시위주의 교육이 중심이 되고 있고, 모든 학교 활동의 중심이 성적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방과 후 학교는 학생들을 학교에 장시간 머물게 함으로써 학업 스트레스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학교 측에서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되는 예산의 집행을 위해 반강제로 학생을 수용하게 되고, 이것은 오히려 학습 부담과 경제적 부담만을 가중 시키게 된다는 것이 양 교사의 생각이다.

학부모의 의견도 비슷했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경우 방과후학교 수강 유무를 떠나 대부분 학원 등 사교육을 하고 있다. 때문에 학교에서의 방과후학교에 대해 의미를 두거나, 효과를 기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참여율 평가는 강제성만 높여

그런데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 초ㆍ중ㆍ고의 99.8%가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은 49.8%로 과반수에 가깝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참여도는 수업이 반강제로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게 전교조 측 설명이다.

교육부에서도 방과후학교 운영의 자율성 및 효과성 제고에 있어 학생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침을 각 학교로 내려보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2007년도 상반기 방과후학교 현황 분석 및 방과후학교 추진 유의사항’이라는 보고서에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학생ㆍ학부모의 수요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개설하고, 선택에 의해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보충학습과 야간 자율학습이 획일적ㆍ강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지도ㆍ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이같은 지침이 제대로 시행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현재 교육부는 방과후학교의 효과에 대해 학생 참여율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의 집행을 위해 반강제로 방과후학교 강의에 참석하도록 종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경우 해마다 증가하는 예산에 비해 사업 초기 목표를 잃고, ‘공교육의 사교육화’가 계속 진행되는 경우 방과후학교의 전면 재검토 요구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통신 장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