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인터뷰에서는 최근 발의된 법안 중 주목할 만한 법안을 낸 의원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법안을 왜 발의했는지, 바꾸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들어 볼 예정입니다. 이번 주 입법인터뷰 주인공은 지난달 4일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명수 의원(자유선진당, 충남 아산)입니다. <편집자주>

“예민한 문제다. 민감하다. 하지만 지방자치는 어디까지나 지방의 살림을 논하는 것이다. 지방의회 정당공천제로 인해 중앙의 정당정치 폐해가 지방에서 규모만 작을 뿐이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이명수 의원(자유선진당, 충남 아산)이 지난달 4일 ▲기초자치단제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배제 ▲기초의원 선거구를 소선거구제로 변경 ▲당적 보유자의 의회 선거 출마 금지 ▲투표 마감시간 8시로 연장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이 개정안을 낸 취지는 간결했다. 정당공천제가 공천장사 등 폐해를 양산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것.

이 의원은 “지역의 일꾼을 선출하는 의회 선거가 중앙정치에 좌우되고 이에 따라 공천 헌금 비리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2년 후 있을 지방선거 전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시작된 지방의회 정당공천제는 지난 2006년 5ㆍ31 지방선거에 처음 도입됐다. 그러나 중앙당의 입김이 시군구 의회까지 뻗친다는 지적과 함께 국회의원의 지역 사조직화, 공천비리가 발생해 왔다.

지난 2006년 당시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 등 여야 의원 42명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 의원은 가칭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의원 모임 준비위원회’를 결성해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을 펴 나갔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법안도 17대 국회에서 여러 건 발의됐다. 이상배, 김재원, 이재오, 김덕룡, 정장선, 심재덕, 이상민, 김혁규, 이시종 의원 등 총 9명의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임기만료 폐기됐다.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공천 잡음이 많았다. 공천 헌금 비리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그로 인해 지역 후보들 간에 반목과 대립이 심했다. 정당공천으로 인해 중앙정치의 잘못된 폐해가 지방까지 연결돼서 주민자치라고 하는 본래 취지 많이 퇴색했다고 본다. 2년 후(2010년) 있을 지방선거 전에 빨리 이를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의원은 정당공천제 폐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적보유자가 출마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정당이 개입할 수 없도록 처음부터 위험요소를 제거하자는 것이다. 정당인의 참여 배제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지방자치에 정치가 개입할 요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건 기초자치단체의 문제다. 지자체가 정치에 좌지우지 될 수 있는 요인은 별로 없다. 지역 살림을 꾸리라고 의회 의원을 뽑는 거다.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다수가 당선되는 정치 폐해가 이어져선 안 된다. 순수하게 지역을 위해 일할 참일꾼을 뽑아야 한다. 선거에 출마하려고 하는 사람은 적어도 일 년 이내 당적 떠나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 지역의 입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 공천권을 거머쥔 현역 국회의원들은 정당공천제의 폐단을 잘 알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시정하기가 쉽지 않다. 지방의회의원을 통해 지역을 관리하며 재선을 위한 터전을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8대 총선에서 몇몇 지방의회 의원들이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무급 선거운동원을 자처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의원들의 당선 전과 당선 후 입장 변화도 법안 통과의 어려움 중 하나다. 이 의원은 “과거에는 찬성했는데 당선되고 나니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의원도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예전에는 공천권 없이도 지역 선거가 잘 이루어졌다”면서 “법안 통과가 쉽지만은 않지만 17대에서도 논의가 있었던 만큼 의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시켜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방자치 분야에 프로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이 의원, 공직선거법 개정안 다음에는 ‘장애인ㆍ노인을 위한 보조기구 지원법’ 제정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고령화 등으로 재활보조기구 수요가 점점 늘어가고 있지만 대부분 기구가 수입품인데다 품질관리도 형편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맞는 재활기구를 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재활기구 산업을 육성할 필요성을 느꼈다. 초선의원인 만큼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장점을 더욱 살려 민생을 바탕으로 한 의정활동을 펴겠다.” /여의도통신 조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