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대부분은 빨치산, 위령탑 건립 부정적

보훈의 달, 버젓이 ‘빨치산 추모제’가 열렸다.

그것도 郡 재정지원까지 받아가며 사람들을 불러 모아 빨치산 수괴가 은거하던 곳 아래서 제사상을 차렸다.

지난 10일 용면 가마골 ‘사령관 계곡’ 하부 광장, 부군수를 비롯 각급 기관·단체장이 함께 참석해 ‘제2회 가마골 위령제’라는 이름으로 빨치산 추모제를 지냈다. 주최는 가마골번영회고 후원은 담양군향토문화연구회다.

가마골번영회 관계자는 위령제의 성격에 대해 묻자 “우리는 순수하게 거기(가마골)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 지내는 것이다.”며 순수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빨치산 추모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그때 돌아가신 분들이니 빨치산들도 포함된다. 그런데 그 안에(6.25전쟁) 돌아가신 분들이나 용소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위령의 대상이다”고 말했다.

또 “행사가 너무 커지니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고, 너무 힘들어서 郡으로 행사를 넘겼으면 한다. 위령탑 건립문제가 10월에 확정되면 그때 郡 행사로 이관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가마골위령제’라 칭한 빨치산 추모 뒤에는 후원회인 ‘담양향토문화연구회’가 있다. 향토문화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A씨가 작년 처음 열린 위령제 추진부터 깊이 관여해 있었으며 행사에 역사성을 부여하는 근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가마골번영회 관계자는 “위령제는 우리가 모시려 했다”면서도 “위령제에 대해서는 처음에 향토문화회 A씨가 자문을 해줬다. 그때(6.25전쟁) 당시의 내력을 확실히 알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郡 관계자도 사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산(300만원)이 작년에 이미 세워진 터라 집행했을 뿐이며 여기서 더 (위령제가) 확대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에 지속적으로 위령탑 건립을 요구해 와 보훈청에 지원을 요청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보훈청에서 ‘6.25때 주민들이 죽었을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빨갱이들이니 지원할 수 없다’고 회신 받았다”고 말했다. 또 “세운다면 순수한 군비로 세워야하는데 그것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가마골번영회 관계자의 말과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다.

그는 “위령탑을 우리가 십시일반 돈 걷어서 세우지는 못한다. 억 단위의 금액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郡에 지원을 요청했다. 세워준다고 하는데 올 10월경 확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위령탑이 세워지면 음식장만하고 그런 것은 우리가 하더라도 행사 자체는 郡으로 이관하려 한다.”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혔다.

그러나 위령탑 건립은 단순히 ‘빨치산 추모’를 넘어서 크나큰 문제를 안고 있다. 정반대 성격의 위령탑이 양립되기 때문이다.

현재 월산면 바심재에 위치한 경찰충혼탑. 이 충혼탑은 1949년 발생한 ‘바심재 사건’의 순국선열을 기리는 탑이다.

‘바심재 사건’은 1949년 2월 28일 새벽 3시경, 공비출현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담양경찰서 소속 기동대원 35명이 매복해 있던 공비들에 의해 31명이 전사하고 전투 중 간신히 수로에 몸을 숨긴 4명을 제외하곤 확인사살까지 당한 사건으로 현재 참사의 현장에 세워진 경찰충혼탑은 그때 순국한 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그런데 이때 경찰을 공격한 공비가 바로 김병억으로 그는 전쟁 전부터 민간인을 공격한 구빨치산으로 이름나 있으며 영광, 장성, 담양, 순창을 근거지로 활동한 빨치산부대(노령병단) 사령관이다.

이 김병억이 은신했던 비트가 가마골의 사령관 계곡이며 현재 그 아래에서 ‘가마골 위령제’가 치러지고 있다. 물론 위령제 추모 대상엔 김병억과 그의 수하들이 포함돼 있음은 앞서 확인한 바와 같다.

따라서 ‘가마골 위령탑’이 세워진다면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빨치산들을 추모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한 고을에서 적군과 아군의 위령탑이 공존하게 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서영준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