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수업, 알찬 교육프로그램 큰 성과, 도시에서 U턴 전학생 증가

“나도 잘 할 수 있다”

고서초등학교 현관을 가로질러 큼지막하게 걸려있는 캐치프레이즈.

학생들은 매일 아침 등굣길에 이 문구를 바라보며 교실로 향한다. 그래서일까? 이 학교 학
생들은 못하는 게 없이 모두가 잘 하는 아이들일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학생들은 학교의 어느 장소에서나 볼 수 있는 자신의 꿈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고, 선생님들은 생기 넘치는 제자들을 바라보며 가르침의 보람을 느끼는 학교, 고서초등학교.

공부 열심히 하는 학교, 방과후수업도 잘 하는 농촌학교로 관내에 잘 알려져 있지만 아이들의 심성도 착하고 표정도 아주 밝은 교육 유토피아의 산실이 바로 고서초등학교가 아닐까 싶다.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다짐과 자신감 때문인지 고서초등학교는 농촌지역 학교로는 드물게 광주 등 도시 학생들이 오히려 이 학교로 전학을 오는 ‘다시 희망이 싹트는 농촌학교’ 로 주목을 받고 있다. 걱정스럽기만 하던, 그래서 손 놓고 아쉬움만 토로하던 농촌학교를 다시금 희망이 샘솟는 학교로 만들어 가는 중심에 고서초등학교가 있는 것이다.

고서초등학교는 10년동안 감소되던 학급수가 증가하고, 올해는 광주에서 7명이나 전학을 와서 학생수가 더욱 늘었다. 학급수, 학생수가 더 늘었다는 것은 단순히 수치상의 증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어서 고서초등학교의 현재 모습은 농촌학교의 희망이 되고 있다.

농촌인구 고령화는 학생수 감소로 이어져 학교통폐합과 폐교가 속출하는 등 농촌지역 학교의 고질적 문제로 대두된지 꽤 오래전 일. 이런 가운데 지역내 거의 모든 학교들이 신학기때면 취학아동 확보에 초비상이 걸리곤 하는 게 농촌지역 학교의 현실이다.

고서초등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90년대 후반 이후 최근까지 10여년 동안 재학생이 구준히 감소해왔었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김원배 교장과 교직원들의 ‘다시 희망이 샘 솟는 농촌학교 만들기’ 에 들인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기까지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체계적으로 실시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학부모들의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신뢰를 쌓아 이제는 도시학교로 전학을 가는 학생은 없고 외려 광주에서 전학을 오는 U턴 현상을 선도하고 있다.

재학생 166명중 기초생활수급자 28명, 다문화가정 10명, 조손가정 7명 이라는 가정환경과 광주시 인접 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보육교실,생활영어, 원어민영어, 컴퓨터, 풋살, 민요, 회화, 평생밑다짐학습 등)을 특성화 하여 학기중에나 방학중에도 꾸준히 운영한 것이 도시학생들을 농촌으로 전학 오게 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요인중 하나다.

수준별 시스템을 도입한 영어 방과후수업과 ‘영어와 친해지는 영어교육’ 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큰 환영을 받고 있는데, 이같은 교육이 성과를 나타내면서 학생들은 영어는 물론 학교생활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방과후수업이 끝난 후 오후 5시까지 실시하는 보육교실은 자녀 돌볼 틈 없이 항상 일손이 딸리는 농촌 학부모들에게 더할나위 없이 고마운 혜택이다. 방과후수업과 보육교실 운영 등으로 학부모들에게 돌아가는 사교육비 절감효과는 연간 4-5천만원은 족히 될거라 한다.

인상적인 것은, 교정에 심어진 나무들은 아이들 한 사람당 한그루 나무 갖기 결연을 통해 장래의 꿈과 소망이 새겨진 팻말에 아이들 이름을 함께 새겨놓아 바른 마음, 고운심성을 심어주고 있는데, 꽤 호응도 높은 교육방법 처럼 여겨진다. 씨밀레방(도서관) 이용시에도 장래 희망과 꿈을 기재한 개인책갈피를 활용하는 거나 ‘독서명예전당’을 운영하는 것을 보더라도 고서초등학교가 바로 全人敎育을 실천하는 학교임을 반증하고 있다.

고서초등학교는 한가지 소망이 있다. 한때 2천명이 넘었던 전교생이 이제는 166명으로 줄었지만 농촌학교 아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주기위해 체육관이 꼭 필요하단다.

신축하는 급식소에 나중에라도 2층을 체육관으로 활용하도록 교육청예산 외에 담양군이 조금의 예산(약1억5천만원)을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 장광호 전문기자

<인터뷰>

김원배 교장

“교직원, 학부모, 학생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학교에서의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농촌학교도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들이 일체가 되어 하기에 따라서는 도시학교 못지않게 좋은 학교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선 농촌학교로서는 드물게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방과후수업을 지속적, 보다 효율적으로 실시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도시 학부모들의 농촌학교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돼 농촌지역 특성을 살린 체험학습도 차츰 교육과정에 반영해 볼 생각입니다”

김순금 교사
(영어 방과후수업 지도)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생활영어 시간이 되면 호응도가 아주 높아요. 5년전에 처음 방과후수업 영어를 시작했는데, 당시엔 50여명 정도 수업받던 아이들이 요즘 80명까지 늘어 거의 전교생의 절반이 영어 방과후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방과후수업으로 영어를 배우던 1-2학년 어린아이들이 제1회 담양군 청죽골방과후발표대회에서 영어 뮤지컬부분 최우수상을 받는 등 도시 아이들을 능가하는 실력을 보여 주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고 열심히 배우려 하고 있으니 교사로서 보람도 큽니다”

고기준 학생

“광주 문흥초등학교 다닐때는 방과후수업을 받는 얘들이 너무 많아 선생님 관심도 적고 재미가 없었는데 여기 학교는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과 친구들도 많아 학교생활이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영어와 컴퓨터, 그리고 원어민영어 3시간을 방과후수업을 받고 있는데 지루하지도 않고 좋아요.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은 산과 들도 보이고 공기도 맑아서 광주에서 살때보다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도시학교에 비해 좋은 점이 훨씬 많은데 다른 친구들은 모르는 것 같아요.”

올해 3월에 고서초교로 전학 온 기준이는 장래 희망이 음악목사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