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영욕의 시간 건너온 시민단체의 '맏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오랜 전통으로 인해 시민단체 가운데 ‘맏형’으로 손꼽힌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가치를 내세워 ‘비판은 하되 평화적 방법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비정치적인 시민운동을 목표로 1989년 창립했다.

경실련 출범 당시 우리나라는 해외 의존적 성장전략으로 경제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었다. 하지만 수출대기업에 자본을 집중시키는 정책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생겨났으며, 물질적 부의 격차는 사회적 영향력의 격차로 이어지는 상황이 심화됐다.

이러한 상황이 ‘일한만큼 대접받는 공정한 사회,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경실련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경실련 주요활동을 살펴보면 ▲부동산투기 근절을 위한 활동 ▲한국은행 독립 촉구 ▲부동산실명제의 올바른 실시 ▲금융실명제 실시와 강화 ▲재벌의 경제력집중 분산 ▲세제ㆍ세정 개혁운동 ▲UR대응 및 우리농업 살리기운동 ▲5ㆍ18특별법 제정과 특별검사제 도입 ▲지방자치제도 활성화 ▲정치ㆍ행정제도개혁을 위한 활동 등이 있다.

특히 출범 당시에 벌인 토지공개념 입법운동은 90년 들어 부동산 투기근절, 공평과세 확립을 위한 세재개혁과 더불어 음성적, 투기적인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형평과세운동의 출발로 이어졌다. 지난 10년 간 벌여온 토지공개념의 사회적 도입과 금융소득종합과세, 금융실명제 등은 부의 사회적 재분배를 위한 중요한 노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부(富)의 사회적 재분배 노력

이렇듯 경실련이 말하는 ‘경제정의’는 상대적 빈곤감이 최소화되는 상태를 뜻한다. 즉, 일한 만큼 분배받는, 사회적 약자에게까지 생존권이 보장되는 것이 경제정의다. 또한 지속 가능한 사회발전을 통해 세대간ㆍ계층 간 불평등을 방지하고, 남북통일에 있어 불평등을 초래하지 않게 하는 것, 정치행정 개혁문제까지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다.

이러한 목표를 실천하고자 경실련은 당시 만연하던 부동산투기 근절운동과 세입자 보호 및 도시빈민주거안정대책 촉구운동을 전개해 많은 시민들의 호응과 참여를 이끌어 냈다.

이후 한국은행 독립, 금융실명제 실시, 세제개혁, 재벌로 집중된 경제력의 분산, 공명선거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시민의 의견을 대변했다.

경실련이 말하는 '시민'이란 권력의 횡포에 대항해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져 있는 보편적인 민주적 권리를 자각시키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한국 사회의 새로운 사회운동의 주체를 지칭한다.

경실련은 시민의 힘으로 경제정의를 실현하여 공정하고 부패 없는 민주복지국가를 이루려는 의지를 가진 모든 사람과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는 연합체로서 조직된 것이다.

초기에 주로 경제분야에 치중했던 운동영역은 사회적 형평의 조화라는 창립초기의 운동목표에 따라 점차 확대됐다. 현재는 세계적인 시민운동 흐름에도 적극 합류하고 연대를 구축해 나감으로써 경실련의 운동영역을 국제사회로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지방분권의 측면에서는 지역경실련의 활동도 돋보인다. 현재 31곳의 지역경실련들은 지역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지역현안과 문제들에 대해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분권 특별법 제정운동, 주민투표제, 주민소송제 추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부끄러운 '상처' 내부개혁으로 극복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엔 바람 역시 많은 법. 오랜 전통만큼 경실련은 아픈 역사도 가지고 있다.

1997년 발생한 유재현 사무총장의 ‘김현철씨 비디오테이프사건’, 1999년 유종성 사무총장의 ‘국민일보 칼럼 대필사건’ 등은 경실련이 시민단체로서 가져야 할 도덕성에 치명적 오점을 남겼다.

김현철씨 비디오테이프 사건은 당시 경실련 구성원 대부분들이 비디오테이프의 존재여부를 몰랐고, 이런 상황에서 경실련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정보 (혹은 왜곡된 정보)를 기초로 한 여러 가지 대책들이 난무했다. 결국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고의로 비디오테이프를 은폐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로 촉발된 내부개혁 문제로 다시 진통을 겪으면서 조직 자체가 휘청거리기도 했다. 결국 이후 경실련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을 자제하면서 긴 침체기에 빠졌다. 그 사이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후발 단체들이 주목받으면서 경실련은 상대적으로 더욱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후 경실련은 개혁특위를 조직해 내부 개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아파트 값 거품빼기’ 등 생활문제에 집중한 운동의제의 차별화를 선택해 돌파구를 찾았다. 특히 2000년대 이전 사회적 현안에 입을 다물었다는 비판에 따라 본격적인 자기 발언으로 시민단체의 정책감시기능을 더욱 높여 나가며 시민단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상설기구 상집위원회ㆍ지역경실련 31곳

현재 경실련의 조직구성은 중앙위원회와 상임집행위원회 아래 조직위원회, 윤리위원회, 국제위원회, 시민입법위원회, 정책위원회를 두고 5개의 특별기구(경제정의연구소, 통일협회, 도시개혁센터, 시민권익센터, 갈등해소센터)와 31곳의 지역경실련(경상, 전라ㆍ제주, 충청, 강원, 경기ㆍ인천)으로 조직돼 있다. 참여 회원만 3만5천명이 넘는다.

중앙위원회의 경우 경실련의 사업을 심의, 의결하는 최고의 대의기구로, 상임집행위원의 선임, 감사의 선임, 규약의 재정 및 개정, 사업계획의 승인, 사업보고 및 결산의 승인, 그리고 총회의 위임사항을 의결하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매년 중앙위원회 의장이 소집하며 150~300명의 중앙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1명의 의장과 4명의 부의장 5명의 선출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임집행위원회는 경실련의 상설집행기구로서 중앙위원회가 결의한 모든 사업의 집행 및 그 집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의 결정한다.

중앙위원회에 의안의 제안 및 사전심의, 예산ㆍ결산안의 제안 및 사전심의, 고문ㆍ지도위원 위촉, 상임집행위원회 대의원의 선출, 중앙위원회선출직 상임집행위원후보의 추천, 사무총장 선출, 사무국 상급부서의 설치 및 그 장의 임명에 관한 승인, 조직의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각종 규칙의 제정 및 개정, 및 기타 중앙위원회의가 위임한 사항을 의결한다.

현재 1인의 의장과 1인의 부의장을 두고 있으며 한 달에 한차례 소집되고 위원 1/3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는 임시위원회가 소집될 수 있으며 출석위원의 과반수로 의사가 결정된다.

하지만 일반 회원의 경우 경실련의 정책을 지지, 동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 현재 구조적으로 경실련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경실련 역시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마찬가지로 정부 영향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정부 지원금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오로지 회원의 회비와 시민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의도통신 장정욱 기자

합리적 대안 만드는 경실련의 특별기구

▣ 경제정의연구소 - 경제정의연구소(KEJI)는 시민이 앞장서서 보다 정의롭고, 보다 투명하며, 보다 건전한 기업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사회의 경제적 균형발전과 공정분배를 위한 경제정책에 대한 조사연구 및 홍보활동’을 목적으로 1990년 5월15일 설립된 사단법인 단체다. 특히 기업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하여 바람직한 기업이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경제정의지수(KEJI Index)’를 만들기도 했다.

▣ 시민권익센터 - ‘시민권익센터’는 기존 경실련의 정책운동에서 벗어나 시민의 삶과 직결되고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지향하며 2004년 6월 설립됐다. 기존의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에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시민권익센터는 인간 존엄성을 바탕으로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선운동과 더불어 의식개혁 운동을 전개하고, 사회적ㆍ경제적ㆍ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 또는 소수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운동, 사회적 의식개혁운동과 현장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미디어워치 - ‘미디어워치(Media-Watch)’는 방송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방송문화 정착을 위한 시청자 운동을 전개하여 미디어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정립하고자 TV프로그램을 모니터하고 있으며, 매년 모니터 종합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 도시개혁센터 - ‘도시개혁센터’는 국민 절대다수의 삶터인 도시가 더 이상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생겨났다.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으로 하는 개발 철학으로 도시를 건강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 통일협회 - ‘통일협회’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실사구시적 통일운동을 전개해 민족통일에 대한 민족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해 지난 94년 발족했다.
남북간 민간교류의 활성화,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감시 비판 및 대안제시, 통일대비 제도개혁운동 동북아 평화 및 공동번영의 질서 창출 등의 기본과제를 수립하기 위해 50여명의 통일문제 전문가와 200여명의 회원이 주축이 되어 정책토론회 개최 및 성명서 발표, 국제네트워크 활동, 캠페인사업 및 회원활동 등을 벌려 민간통일운동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