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물건이 생긴 순간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차은주씨는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며 그 때를 회상했다.
“아이들 물건, 남편 물건, 살림살이…제 것은 없었죠, 그런데 내가 쓸 예쁜 물감, 내가 쓸 작은 붓을 마련한 순간, 그 순간을 다시는 잊지 못 할 같아요”
그녀는 미술용품을 들고 집에 오는 내내 ‘초등학교 시절 새 책가방에 새 책을 받아 온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이미지수채화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차은주씨. 차씨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주부다. 남편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러니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랴 살림하랴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사람들 특히 우리 주부들은 쉽게 생각하죠, 시간 많고 할 일 없으니 저렇게 팔자 좋게 그림 그리고 다니는 것 아니냐고요”
하지만 그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고 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짬을 내면 짬이 내지고 항상 그 시간에 그걸 하면 가족들도 나중엔 익숙해져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해요”

그녀가 붓을 쥐게 된지는 3년차다. 회원들 중에선 가장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인지 그녀의 그림솜씨는 눈에 확 띤다. 처음 공공도서관 평생교육반에서 시작했으나 강의가 폐지되는 바람에 뜻 맞는 사람들과 같이 자리를 옮겼다.

자리를 옮긴 곳은 이미지미술학원. 평생교육반에서 지도를 맡았던 한삼채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학원비는 무료, 그래서 계속할 수 있었다.

“주부 입장에서 날 위해 돈을 쓴다는 것은 부담되죠, 하지만 한삼채 선생님은 그러한 주부들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의 학원을 내주고 모든 것을 희생해가며 우리를 계속 지도해 주셨어요”
회원들도 그런 그의 따뜻한 마음을 알아서인지 꾸준히 수채화회 활동을 지속했다. 회원들의 이런 열의는 결국 첫 번째 전시회로 이어졌고 소박하지만 나름 대박이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수줍고 가슴 떨려요. 내가 그린 그림이 전시된다는게 신기하고 뿌듯했죠, 전시회 주제도 없는 정말 아마추어들의 작은 전시회였지만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첫 전시회는 제 인생에 획을 긋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됐고 나의 소질을 알게 됐죠, 그리고 그 것을 통해 제 자신을 알게 됐습니다”

▲어느 것이 진짜 꽃인가 (차은주 作 해바라기)

◇아줌마-하늘을 날다

첫 번째 그녀들의 작은 전시회는 그렇게 끝났고 작은 씨앗을 남겼다. 그 작은 씨앗은 자신을 찾아 가는 조그마한 오솔길에 작은 꽃이 되었고 다음 전시회의 주제가 되었다.

1년 동안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면서 정을 나누고 사랑을 더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꿈이 되고 날개가 되어 하늘을 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줌마들이 어디 갑니까. 그림그릴 물감이야 붓이야 살 때마다 사실 몇 번이고 망설이며 샀죠,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 그림에서 인생을 배우고 사람을 배웠어요”

그녀는 수채화회 활동을 하며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고 한다. 사람의 ‘개성’이란다. 막연히 알았던 단어 ‘개성’ 그 개성이 사람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다보면 알게 된단다.

“똑같이 그려도 그 그림 안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입혀집니다. 같은 조명 아래서 같은 사물을 그려도 다 다른 그림이 나오죠, 그건 바로 그 사람의 개성이 붓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녀는 그러한 일에 눈을 뜬 자신이 신기하다면서도 “그러니 그림을 통해 사람을 알게 되고 마음을 알게 되고 삶을 배우게 된다”며 알지 못 할 미소를 잔잔히 지어 보인다.

“물감 산다고 돈 들어가고 전시회 연다고 돈 들어가고, 전시회를 위해 문화회관 빌리는데도 돈이 꽤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연민’들이 한 순간에 날아갔죠”

그녀는 두 번째 전시회를 연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어떻게 말로 합니까, 그 뿌듯함.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 할까요”

이미지수채화회는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담양문화회관 2층 전시실에서 꽃을 주제로 수채화전을 열었다. 37점의 작품이 전시된 이번 전시회에는 회원 13명의 노력과 솜씨가 그대로 묻어 나와 전시된 작품 모두 전문화가 작품 못지않았다.
그리고 ‘전시회 100회’를 목표로 하는 그녀들의 열정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귀한 선물이었다.

/서영준 記者